서남, 덕성 등 8일 급락한 후 9일 오전에도 하락 이어져
짧은 시간 거래량 폭증, 주가 변동에서 알고리즘 매매 의심
금융감독원, “테마주 열기에 편승한 ‘빚투’ 자제해야” 강조

미국 메릴랜드대학 응집물질이론센터(CMTC)가 SNS를 통해 "LK-99는 상온과 저온에서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힌 이후 초전도체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고있다. 사진은 초전도체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미국 메릴랜드대학 응집물질이론센터(CMTC)가 SNS를 통해 "LK-99는 상온과 저온에서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힌 이후 초전도체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고있다. 사진은 초전도체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이달 초부터 한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초전도체 주식이 돌연 하락세로 전환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초전도체 물질이라고 주장한 ‘LK-99’의 객관적인 검증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한 대학 연구소가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후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투자 전문가들은 ‘테마주’ 성향을 보이고 있는 초전도체 관련 종목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초전도체 관련 종목으로 불리는 주식 대부분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덕성이 29.41% 하락한 84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서원(-24.02%), 대창(-18.05%), LS전선아시아(-12.61%) 등도 10% 넘게 주가가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 속한 초전도체 관련 종목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서남은 하한가를 기록했고, 모비스(-25.63%) 국일신동(-19.11%), 파워로직스(-16.49%), 신성델타테크(-6.45%) 등 다른 종목들도 급락했다.

9일 오전에도 국일신동, 신성델타테크, LS전선아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서남은 9시 50분께 기준 전날 종가보다 약 16% 넘게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앞서 서남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주식시장에서 우리 회사가 관련주로 여겨져 집중되고 있는 상황은 조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서남은 “당사의 초전도 기술은 REBCO 물질을 기반으로 한 2세대 고온초전도선재로, 절대온도 93K(섭씨 -180도) 이하에서 초전도 특성이 발현되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제품을 만들고 응용하는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현재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는 어떠한 연구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었음을 안내린다”고 덧붙였다.

즉, 퀀텀에너지연구소 등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급등했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증권에 게재된 서남 주가 일봉 그래프. [캡처=김민수 기자]
네이버 증권에 게재된 서남 주가 일봉 그래프. [캡처=김민수 기자]

8일과 9일 오전에 걸쳐 초전도체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요동치는 이유는 미국 메릴랜드대학 응집물질이론센터(CMTC)가 SNS를 통해 “LK-99는 상온과 저온에서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CMTC는 “우리는 게임이 끝났다고 믿는다”며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일 초전도체 관련주는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메릴랜드 CMTC의 발표 뉴스로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이번 초전도체 관련 종목 거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짧은 시간의 거래량 폭증, 호가 하락 등을 고려했을 때 알고리즘 매매와 주로 사용되는 ‘DMA’(Direct Market Acess) 채널 거래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는 알고리즘 매매로 의심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되고 있는데 초전도체 관련 종목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고 연구원은 “대표적인 예로 지난 7월 26일 이차전지, 리튬 관련주는 개장부터 가파르게 급등한 반면에 나머지 종목은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다”며 “오전 상승종목은 오후 동시에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7월 12일에는 셀트리온 3사의 합병 이슈가 제기되면서 2시 이후에 급등했다”며 “당시에도 이번 초전도체 관련주의 급락처럼 단기간에 거래량과 주가 급등이 집중됐다”고 지목했다.

이에 따라 정보의 비대칭성 속에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더욱 엄격하게 주식시장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 연구원은 “투자자의 리스크 노출은 매 거래일마다 진행되고 있다”며 “거래질서 문란 계좌 지정 등 행정적 조치에 대해 당국이 좀 더 과감해질 시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초전도체를 비롯한 테마주 과열 현상이 불거지면서 적극적인 관리·감독에 나서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최근 임원 회의를 열고 ▲단기간 과도한 투자자 쏠림 ▲레버리지(차입투자)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에 대해 우려했다.

이 원장은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부추길 수 있다”며 “테마주와 연관된 종목들이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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