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상환계획 수립하면 5년까지 분할상환 가능"
소상공인 "불항 속 고금리 기조에 대출금 상환 이중고"
취약 차주 "'버티거나 접거나' 둘 중 하나 선택할 상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를 앞두고 있다. 손님 발길이 끊긴 서울 한 재래시장 모습. [연합뉴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를 앞두고 있다. 손님 발길이 끊긴 서울 한 재래시장 모습.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코로나19 이후 3년여를 빚으로 버텨왔던 소상공인이 또다른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2020년 4월 이후 다섯 차례나 유예해왔던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9월 말 종료된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돼도 일괄 만기가 돌아오는 구조는 아니다. 상환계획을 수립할 경우 5년까지 분할상환할 수 있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한다. 하지만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9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장 10월부터 원금을 갚아나가야하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사 자체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할 방침이다. 대출 만기연장 조치는 금융권 자율협약에 따라 2025년 9월까지 지원을 유지한다.

이같은 지원책에도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소상공인연합회(연합회)가 지난 3월 9일부터 14일까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금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63.4%가 전년에 비해 빚이 늘었으며, 89.7%는 대출 이자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환 유예가 종료되면 취약 차주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될 가능성이 많고, 이는 도미노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연합회 측 설명이다.

자영업자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0년 1분기(0.87%) 정점을 기점으로 지난해 3분기(0.53%)부터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엔 1.0%까지 치솟았다. 대출 연체율은 골목상권의 위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 부채의 전반적인 질이 다소 악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등 대출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대출을 갚기 위해 일부 취약 차주들은 또다시 빚을 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연합뉴스]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대출을 갚기 위해 일부 취약 차주들은 또다시 빚을 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3월 기준 1100명 남은 이자상환 유예 차주들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의 대출금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자 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1인당 평균 13억원에 달하는 원리금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자상환 유예 대출 규모가 전체의 2% 수준이며 상환 추이도 긍적적으로 볼 수 있어 부실률이 크게 올라가진 않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낙관’과 달리 소상공인들은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고금리 기조가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대출금 상환이라는 부담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주영민 대외홍보팀장은 "대출금 상환에 앞서 은행 등에 상환계획서를 제출, 완급을 조절하는 등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근본적인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가 종료되면 일부 취약 차주들은 ‘버티거나 접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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