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자동차시장 대비 80% 할인된 1/5 수준으로 주가 저평가
내연기관차 기업들의 주가 회복 시점 예상보다 빨리 올 수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간) 세계적 권위의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의 '오토모티브 뉴스 올스타(2023 Autumotive News All-Stars)'에서 최고 영예인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Industry Leader of the Year)'로 선정됐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간) 세계적 권위의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의 '오토모티브 뉴스 올스타(2023 Autumotive News All-Stars)'에서 최고 영예인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Industry Leader of the Year)'로 선정됐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링카에 속하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는 최근 새로운 디자인의 신차를 출시하고 자국시장에서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높아진 새 가격표가 주목되고 있다.

가장 저렴한 등급인 E200의 경우는 한화기준 9000만원에 가깝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E300급은 1억원이 넘는다. 국내에도 곧 출시된다고 하는데 현지가격보다는 좀 더 저렴하게 출시될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원화 환율이 높아진 효과가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신차가격의 급상승세가 뚜렷하다.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는 최근 기사에서 2023년 8월말 기준 미국에서 팔리는 신차들의 평균가격도 22% 상승했다는 통계치를 제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전기차가 전체 통계에 포함된 측면도 있지만, 내연기관차 업체들의 고가격 정책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차가격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선진국 시장에서는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신차가격을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독일업체들의 경우는 높아진 산업전력요금으로 자동차 금속소재 납품가가 급등한 사정도 일부 있어서 신차가격 상승세는 이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 수익성지표 순위 (최근 4개 분기실적 주가수익비율 기준)

[그래픽=Global Ranking. companiesmarketcap.com]
[그래픽=Global Ranking. companiesmarketcap.com]

독자들도 주지하다시피 주가수익(P/E)비율은 주가를 당해년도 기업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이다. 위의 표에서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은, 세계적인 신차가격 상승세로 자동차기업들의 순이익은 크게 늘어났지만 주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아할 정도의 낮은 주가수익비율이 세계 자동차업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위 표에서 1위를 차지한 중국의 둥펑자동차의 경우는 주로 상용 내연기관차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이다. 최근 이익은 많이 내고 있지만 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이 주력이라는 점, 중국증시 전체가 침체상황이라는 점 등이 수익성 대비 낮은 주가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로 보인다.

2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도 그에 못지않게 저평가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실적을 합산하여 평가한 주가수익비율 수치가 2.98이다. 이는 ‘현재 50조원 정도인 시가총액 대비 최근 해당기간 1년 순이익이 17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세계적인 자동차기업들이 포함된 것을 감안, 벤치마크로서 S&P500지수를 사용할 수 있다. 동 지수 전체의 올해 예상주가 수익비율을 찾아보면 현재 약 ‘26’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GM,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표에 등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이 ‘5’ 미만이다. 이를 바꾸어 말해보면, 주가가 전체 시장대비 80% 할인된 1/5 수준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너무나도 비관적인 투자자들의 태도가 반영되고 있다.

냉소적인 분석가들에 의하면 ‘향후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 뻔한데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메이커들은 망할 것이 뻔하다’라고 하거나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라고 주장하면서 타업종 대비 평균 80%나 할인된 주가를 사후 정당화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전 기사에서 다루었던 내용들과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전기차 기업들의 성장율 둔화가능성을 감안할 때 현대차를 비롯한 내연기관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상대적 비관론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올해 20% 이상 높아진 내연기관차 가격이 의미하는 바가 다름 아닌 내연기관차 업계내 가격경쟁이 멈추었고 그로 인한 내연기관차 기업들의 고수익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단적으로 말해, 전기차의 위협에 공멸의 위험을 느낀 내연기관차 기업들은 이제 일종의 신사협정을 체결한 듯 하다. 묵시적 담합을 통해 최대한 수익을 확보하는 시장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과거에는 공장규모 확장을 통한 판매경쟁, 가격경쟁에 집중했다면, 이제 전기차라는 업계 외부의 큰 적을 만나서 더 이상 내연기관차 업계 내부경쟁을 중단하고 이익증대를 통한 대량 현금확보에 일차적 목표를 두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자세로 전환한 것 같다. 더불어서 주요 기업들은 내연기관 신규개발까지 모두 중단했고 그 동안 큰 부담요소였던 R&D 비용 절감마저도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E-클래스의 가격이 높아지면 현대차의 제네시스도 덩달아 높은 가격을 받아도 되는 시장여건이 될 수 있다. 독일업체들의 선도적 가격인상 속에서 상대적 원가우위 상황을 맞은 한국이나 일본의 주요 내연기관차 업체들에게는 막대한 현금이 계속 쌓이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만약 전기차 시장이 전력요금 급등 등 다양한 사업환경요인 악화로 인해 성장율 추가둔화현상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내연기관차 비관론은 낙관론으로 급반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에 폐막된 COP28에서는 화석연료업계의 주장이 일부 관철되어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되 탄소포집(CCUS)을 결합하는 방식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식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이 경우 내연기관차는 일정 비율의 탄소포집비용을 세금처럼 납부한다면 휘발유, 경유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들 대다수는 이미 휘발유, 경유에 100% 전후의 유류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유류세는 현재 복지예산 등 일반적 세출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칙적으로 따져본다면 휘발유, 경유가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포집제거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

유류세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소위 ‘목적세’로 일부만 운영해도 추가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산유국들은 서방 선진국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화석연료관련 세금을 운영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이전 기사에서 다루었듯이 전기차 과다보급이 일부 원인이 되어 서방선진국 국가전력망 운영비용을 급증시키는 부작용 사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급진적 전기차 보급정책을 완화하는 정책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비관론이 수그러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안정적인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과다 할인되어 거래되는 내연기관차 기업들의 주가가 회복되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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