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밀어낸 설 사랑방 이슈 "의사 정원 확대"
의료대란 조짐에 노인·아이 있는 가정 불안감
의료계, 연휴 끝난 뒤 집단행동 구체화 움직임
정부 "2020년 때와는 다를 것, 엄정하게 대응"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설 명절 사랑방 이슈에서 ‘의사 정원 확대’가 ‘정치’를 밀어냈다. 비록 일부 지역, 연령대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노인이나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병원이 문을 닫거나 ‘집단 휴진’으로 병원에 가도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되는 것은 두려움 자체다. 대형병원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휴업, 연가투쟁,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환자나 그 가족들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의료계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반발한 의료계가 집단행동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로선 파업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의료계는 설 연휴가 끝난 뒤 휴업 등 집단행동을 구체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가동,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이다. 파업에 들어가면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 등 법적 제재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침을 정해놓았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9일 의대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을 선출하고 본격적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 집단행동을 위한 수순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대전협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소위 ‘빅5’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이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집단행동(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파업 강도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무산시켰던 의사 총파업 때보다 더 거셀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시 정부의 계획은 연간 400명, 10년간 4000명 증원이었다. 이번 정부는 2035년까지 최소 1만명 증원이다. 더 거센 투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오는 15일 치러지는 전문의 실기시험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진료센터 입구에 진료 지연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진료센터 입구에 진료 지연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를 5058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올해보다 2000명 늘어난 수치다. 의사 수 절대 부족과 지역·필수 의료 붕괴 위기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의사 수는 현재 5000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화 등 영향으로 10년 뒤인 2035년에는 1만명이 더 부족하다. 따라서 1만5000명의 의사를 서둘러 충원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 당 2.6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7명이다.

의료계의 시각은 다르다. 정부가 의사 정원을 늘리기에 앞서 의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지역·필수의료 의사 인력 부족은 의사 수 부족이 근본 원인이 아니며,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또 정원 확대로 의사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료계와 복지부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질 것 같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사진=연합뉴스]

대전협 등 의료단체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가운을 벗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복지부도 지난 정부 때와는 다르다며 ‘법대로의 결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설 연휴에도 중수본 회의를 여는 등 전의를 다지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는 13일부터 의료계와 정부의 힘겨루기는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예고된 상황이지만 파장이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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