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0여명 사직서, 1600여명 병원 떠나...정부, 업무개시명령
의대생들도 집단 휴학계, 전국 47개교에서 1129명 휴학 신청
권역외상센터 인력 장비 응급실의 비외상진료에도 활용키로
20일부터 수도병원 등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 일반에 개방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 대기실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 대기실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서울시내 대형병원의 ‘의료 파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수술과 입원이 연기되고, 퇴원 또는 전원 환자들로 병원은 말 그대로 북새통이다.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6400여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들 중 1600여명이 병원을 떠났다. 19일 오후 11시 기준이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병원을 떠나지 말 것을 요구하며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법대로' 원칙을 강조하는 등 의료 공백 최소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이 가속화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전국의 대형병원 곳곳에서 환자들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의 집단사직에 앞서 수술 일정을 조절했고, 과별 상황에 맞춰 조정했지만 정산적인 운영은 어려운 상황이다. 안과는 외래 진료를 대폭 줄였다. 환자들에게도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 진료를 재예약해달라고 요청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일 수술을 응급·중증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21일부터는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병원들은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 환자 불편 사례를 접수한 결과 전날 오후 6시까지 34건이 접수됐다. 수술 취소는 25건, 진료 예약 취소는 4건, 진료 거절은 3건, 입원 지연은 2건 등이다.

의료계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비상진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3주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의 극적인 타협이 없는 이상 의료 현장의 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미 병원 현장이 아수라장"이라며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6개월간 수술을 기다린 환자들의 수술 예약이 취소된 사례도 나왔다"고 밝혔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대란'이 가시화한 가운데 20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내 전공의들의 업무 공간인 의국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대란'이 가시화한 가운데 20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내 전공의들의 업무 공간인 의국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대생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꺼번에 휴학계를 내는 일도 현실화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7개교에서 1129명이 집단으로 휴학 신청을 했다.

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5일과 16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이날 동맹(집단)휴학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의대협이 밝힌 집단 휴학의 D-데이가 20일인 만큼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의대생 수는 2만명가량이다.

정부도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각 의료기관의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권역외상센터의 인력과 장비를 응급실의 비외상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업무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군 당국도 20일부터 수도병원 등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개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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