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8816명 사직서..."의료 현장 혼란 속으로"
정부 "불법집단행동 전공의 구속수사" 복귀 촉구
의료계 "의대 증원 백지화하지 않으면 복귀 없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71.2%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71.2%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8816명(20일 밤 10시 기준)으로 늘었다. 전체 전공의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71%가 진료 현장을 떠난 것이다. 전공의 일부는 병원과 1년 계약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만 근무하겠다고 밝혀 이탈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병원은 '혼란' 그 자체다. 심각한 진료 차질이 빚어지면서 환자 불편도 가속화하고 있다. 응급실 내원 환자는 의사 부족으로 병상에 눕지도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계획된 수술도 연기 또는 취소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응급 수술도 마찬가지다. 의료 관련 서류는 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를 촉구하며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한 전공의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는 "정부가 이성을 잃었다"고 맞받아치면서 의대 증원 방침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복귀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기싸움'과 다름 없는 대립이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95%가 근무하는 전국 100개 병원에서 모두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들 중 7813명은 출근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으로 전공의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집단행동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기준 27개 의대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지난 19일 기준 1133명에서 크게 늘어난 숫자다. 누적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했으며,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재에 나설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이 끝난 뒤에야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점치는 시각도 있다.

복지부는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것에 대비해 대형병원의 경증·비응급 환자를 동네 병원으로 분산하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경찰병원과 군 병원 등 공공의료시설의 일반인 진료도 확대, 허용하기로 했다. 또 모든 공공의료기관의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운영과 진료 시간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엠뷸런스에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엠뷸런스에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혼란은 벌써부터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비상진료체계가 2~3주면 한계를 드러낼 것이란 전망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심상치 않다.

정부는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아직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 증원 백지화가 선결된 뒤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이 점차 기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계는 또 그들대로 서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결기로 가득하다. 그러는 사이 환자들과 의료 현장의 '블랙아웃' 공포는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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