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강욱 기자 = 성인 한 명이 겨우 몸을 누울 수 있는 3.3㎡~6.6㎡ 남짓한 작은 쪽방 1300여개가 다닥다닥 모여 있는 서울의 가장 큰 쪽방촌, 용산구 동자동에 쪽방촌 주민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지하 1층~지상 2층 300㎡규모 복합문화공간이 문을 연다.

목욕탕, 세탁실, 도서관, 북카페, 영화감상실 등을 갖춘 생활공간이자 문화예술공간이다. 청소, 바리스타 등 운영 인력도 쪽방촌 주민들로 채용, 20여 명의 일자리도 창출했다.

그동안 쪽방촌 주민에 대한 지원이 식료품이나 생필품 등 물질 위주였다면, 여가·문화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간 지원은 전국 최초다.

특히 KT가 5억 원의 설치비와 향후 5년간 기본 운영비(연간 1억~2억 원)를 지원하고, 서울시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회복지 영역의 민관협력 모델로서도 주목된다.

이외에도 이번 복합문화공간 조성엔 미래창조과학부는 공공 와이파이(WIFI)구축, 카페베네는 카페 장비 및 경영 지원을, 한림출판사는 도서 기증을, 매일유업은 유제품 지원을, 종근당은 기초 의약품 지원 및 복약지도를, 블랙야크는 체육활동을 지원하고, NGO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참여하는 등 다양한 사회 주체가 힘을 보탰다.

서울시는 KT와 함께 2개월여에 걸쳐 ICT복합문화공간인 ‘동자희망나눔센터’ 내부 공사를 마치고 24일 오후 2시 개관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개관식엔 강종필 서울시 복지건강실장, 황창규 KT회장,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 김주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동자동 쪽방 주민 등 약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에 자리한 동자희망나눔센터는 2년이 넘게 폐업·방치된 목욕탕을 리모델링 해 탄생됐다.

복합문화공간은 화장실, 세탁실, 목욕탕 등 기초생활편의시설부터 북카페, 영화감상실, 소규모 공연·IT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다목적프로그램실 등을 갖췄다.

층별로 살펴보면, 우선 지상1층은 총 122㎡규모로 IT카페, 목욕탕이 자리한다. 목욕탕은 쪽방촌 주민들이 제대로 씻을 곳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마련한 것으로 3~4명이 이용할 수 있는 욕조와 목욕시설, 파우더룸을 갖췄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운영은 향후 주민회의를 거쳐 남녀 홀짝제로 할 계획이다.

IT카페는 주민은 물론 누구나 와서 휴식을 취하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페베네 지원으로 한 쪽에 음료를 파는 공간을 마련, 지역주민을 바리스타로 채용하고,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계획.

계단을 통해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총 50㎡규모 스탠드형도서관, 북카페, 영화감상실이 있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지상 2층은 165㎡규모로 세탁실, 공동작업실, 다목적 프로그램실이 들어섰다. 별도의 출입문이 있어 1층을 통하지 않고도 이용가능하다.

세탁실엔 일반세탁기 3대·드럼세탁기 3대가 있어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중간에 자리한 다목적프로그램실은 유연성 있는 공간으로 IT교육, 소규모 공연, 미술작품 전시, 보건교육 등 주민대상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예컨대 IT와 관련해선 KT IT서포터즈가 컴퓨터 활용 및 ITQ자격증 취득반을 운영하고, 인성교육과 관련해선 ‘나 알아가기’, ‘우리 알아가기’ 등을 주제로 글쓰기, 드로잉, 명상, 숲체험 등을 진행한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댄스스포츠, 보드게임, 종이접기, 전래놀이 등을 진행한다.

공동작업실엔 젊은 그림책 작가들이 상주하며 평상시엔 본인들 일을 하고, 업무 외 시간에 동네주민들에게 그림도 가르치고 미술 심리 치료도 병행하며 함께 어울리게 된다.

이 중 화장실, 세탁실, 목욕탕은 오전 6시~오후 8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오전 9시~프로그램 종료 시간까지 이용 가능하다.

동자희망나눔센터 운영은 문화프로그램 전문가 외에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향후 구성해 주민이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개관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자 하는 민간기업이나 단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한편 서울에는 총 5개 쪽방촌이 있으며, 약 3400여 명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동자동 쪽방촌은 이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10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도심 내 빈곤밀집지역이다.

전체 주민의 93%가 보증금 없는 월세를 살고 있으며, 방세도 보통 22~23만원에 달해, 48.9%에 달하는 기초생활수급자나 그 외 비수급 빈곤층에게는 주거비 부담이 매우 큰 현실. 전체 주민의 69.6%가 월 소득 50만원 미만이다.

단신가구 94.4%로 대부분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이나 친지와의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되어 있는 경우(아무도 연락할 사람이 없다는 주민이 64.7%)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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