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이맘때였다. 2010년 11월 11일 한 여성지 막내기자였던 나는 병역비리 문제에 휩싸인 MC몽(본명 신동현, 35)의 형사재판 첫 공판에 취재·참관했다. 당시 전두환 전대통령 추징금 방송 이후 차남 전재용 씨를 쫓느라 노심초사하던 선배 기자는 "법원 처음 가 봤지? 나도 저번에 한 번 가봤는데 삭막하더라"라며 상냥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코끝 시린 겨울의 초입, 스물 다섯 살의 젊은 여자였던 내게 법원이란 특수공간은 꽤 생경한 미지로 다가왔다. 어쨌든 옆자리 선배에겐 "살면서 법원 갈 일은 절대 안 만드는 게 좋겠어요"라고 응수했으며 그것이 MC몽 사태에 대한 내 심정적 결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MC몽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등을 통해 치아 발치가 병역 면제를 위한 고의가 아닌 선천·후천적 건강문제였다고 호소했지만, 병역 문제에 민감한 이 나라에서 그런 호소는 국민에게 심정적으로 통하지 않았던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MC몽을 대하는 태도나 분위기는 몹시 험악했다. 지금 이 시점에 녹취록을 들어봐도 그의 목소리가 묻혀버리는 인상을 받는데, 실제로 포토 취재진은 그를 법원 프레스라인 정가운데로 밀치듯이 몰아붙이곤 했다.

KBS2 '해피선데이 1박2일'(이하 1박2일)에서 퇴출되는 등 각종 고초를 겪은 MC 몽은 첫 공판 당시 피로한 기색을 내비치며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2010년의 MC몽은 엄연히 '1박2일' 흥행의 혁혁한 공신이었으며 (물의를 일으킨) '스타'가 맞았다. 스타이기 때문에 취재 열기도 그만큼 뜨거웠고 그에게서 묘한 삶의 동력, 적극성 같은 것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이후 여러 번의 재판이 진행됐다. MC몽의 마지막 치아는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앞서 발치된 대부분의 치아들 또한 공소시효가 지나버렸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수 년간의 공백을 깨고 2014년 11월 초 'MISS ME OR DISS ME'(날 그리워하거나 디스하거나)라는 직설적 제목의 새 앨범을 들고 가요계에 귀환했다. 이때 음반의 노래 가사 등을 면밀히 살펴 그의 병역 사태에 관한 일련의 속사정을 짐작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음반이 암시하는 내용을 차치하고서, 내게 그보다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MC몽의 음반 발매 행위 그 자체다. MC몽은 이로써 자신이 한사코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이 음악이었다고 피력하는 것일까. 말하자면 MC몽의 음반 발매 행위는, 불미스러운 과거사와는 별개로 끝까지 대한민국의 랩퍼로 남겠다는 그의 놀라운 의지(혹은 오기)를 방증한다.

물론 MC몽은 공식석상이나 방송가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가 그에게 가하는 무언의 압력 탓일 것이다. 실제로 누리꾼들은 가수 정희라의 '이빨도 없는 것이'나 군가 '멸공의 횃불'을 스트리밍해 MC몽 노래들이 음원차트에 줄 서는 것을 대동단결해 막으려 한다. 언뜻 희화화된 듯 보이지만 국내에서 특정 인물을 향한 이보다 강력한 '디스' 메시지는 전무후무했다는 인상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MC몽의 신비주의는 결코 자의적 신비주의나 마케팅이 될 수 없다. 그는 오래도록 타의로 인한 강제 칩거를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MC몽은 예전과 동일한 위상과 존재 가치를 지닌 스타인가? 그는 과연 수 년 전과 같은 파워와 아우라를 가진 대중가수가 맞나? 결론은 아니다.

지난 15일 MBC '음악중심', 어제(16일) SBS '인기가요' 셋째주 1위는 MC몽이 차지했다. 하지만 그의 노래를 재생한 과반수가 애초에 MC몽의 음악을 좋아했던 음악팬이었겠는가? 그보다는 병역 비리에 관련해 '발치몽'이라는 모욕적 별명까지 얻은 어떤 남자를 향한, 대다수의 가벼운 호기심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부인할 수 없게도 MC몽 음악이 1위 후보로 치솟아오르기까지, 그 인과관계의 강렬한 모티프는 '발치'였기 때문이다.

MC몽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노이즈 마케팅이며 이러한 분위기가 자신의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데에 일조했을 수 있다. 이후에도 그는 또 다른 음반을 내거나 혹은 서서히 방송가에 얼굴을 들이밀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훗날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의 이미지 타격에 관련한 부작용이다. 개인으로서의 행복은 추구하되 의무는 간과했다는 치명적 이미지. 위법 여부를 떠나 그는 비겁한 캐릭터성을 영영 족쇄처럼 떠안고 가야 한다.

향후 그의 음악을 듣거나 방송을 접하는 시청자들은 MC몽의 모든 언사에 조소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특별히 남자들의 시선은 군대시절에 관련된 증오에 기반할 것이며, 여자들의 경우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대한 만만한 호기심을 증폭시킬 터다.

인간의 내면이란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이제와 기다렸다는 듯 음반을 들이미는 MC몽이나 그런 MC몽을 여전히 고깝게 바라보는 군중들이나, 결국엔 양쪽 모두 바뀐 것이 없다. 한 번 박아버린 제 안의 상(Image)이나 관(View)은 주홍글씨처럼 지워지지 않는 법이니까.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MC몽 앨범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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