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단체 방사청 앞 회견..정부에 '잠재적 살상무기' 최루탄 수출허가 취소 촉구

사진 = 보아뉴스 제공
[트루스토리] 윤한욱 기자 = 한국 정부가 터키로의 최루탄 수출을 다시 허가해 시민사회단체가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바레인으로의 한국산 최루탄 수출로 국제적으로 큰 비난이 일자 잠정적으로 최루탄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한국산 최루탄의 최대 수입국은 바레인과 터키였고, 두 나라는 최루탄 오․남용으로 악명을 떨쳐 국제사회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3년간 150만 발에 달하는 최루탄을 수입한 바레인에서는 최루탄의 직․간접적 사용으로 약 40여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사회와 국내 시민단체들이 한국 정부를 압박해오고, 이 문제가 국내외에서 언론의 큰 관심을 받게 되자 결국 방사청은 지난해 1월 “최루탄 수출허가에 대한 승인을 잠정적으로 유보하겠다”는 내용을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유보 조치도 잠시 뿐, 김방사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최루탄 약 165만 가량을 터키로 수출하겠다는 업체의 수출허가 신청을 모두 승인했다. 몇 달 동안 방위사업청이 수출 승인을 유보해온 것은 그저 국제적 비난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숨고르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시민단체로부터 나오는 이유다.

국제앰네스티, 참여연대 등 인권·시민단체들이 16일 서울 용산구 방위사업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잠재적 살상무기인 최루탄의 터키 수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터키 정부는 올 5월 총선을 앞두고 지난 해 10월 최루탄 약 190만 발 가량을 구매하겠다고 입찰 공고를 낸 바 있다”며 “2014년 초 인명피해 등의 문제를 이유로 바레인 등으로의 수출 허가를 유보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루탄으로 인한 인권침해 위험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은 ‘사용자는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인권침해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터키로의 최루탄 수출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최루탄은 흔히 비살상무기로 알려져 있지만 터키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해왔던 방식은 최루탄이 얼마든지 살상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다”며 “일례로 2013년 5월 말 게지 공원 재개발 문제로 촉발된 시위과정에서 터키 당국은 시위대를 진압하겠다며 무차별적으로 최루탄을 난사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서 평화적 시위를 존중하라고 요구했지만, 당시 에르도안 터키 총리(현 대통령)는 시위가 계속될 경우 더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았으며, 실제 터키 경찰은 최루탄을 무차별적으로 난사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면서 “직사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13세 소년, 얼굴에 최루탄을 맞아 시력을 영구 상실한 사람 등 부상자와 사망자가 속출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당시 국제앰네스티, 인권의사회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터키의 최루탄 사용 방식을 비판했다. 인권의사회 등은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의적으로 최루탄을 직격으로 발포했을 뿐 아니라 밀폐되고 좁은 공간, 의료시설 등에 최루탄을 던져 넣기도 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유럽인권재판소는 “최루탄 사용과 관련한 터키 경찰의 대응방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반복되어 온 일종의 관행”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7월 동 재판소는 “터키 경찰이 시위자에게 최루탄을 직사 발포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결코 비례적, 필수적 조치가 아니었으며, 가해 경찰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어떤 유의미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터키 당국이 피해자의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소는 “터키 제도 상의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시위 중 최루탄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비슷한 인권침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그러면서 이제 곧 한국산 최루탄이 수출될 터키가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터키의 푸틴’이라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총선 압승을 통해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또 다시 터키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그 동안 터키 당국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을 남용해 시민들을 탄압해왔다는 권위 있는 판결과 공신력 있는 민간단체들의 보고서 등 증거들은 차고 넘치지만 방위사업청은 이를 모른척하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터키 정부의 말만 믿고 수출을 승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무랏 세킥(Murat Cekic) 국제앰네스티 터키지부 국장은 터키 당국의 최루탄 사용 방식을 “부적절하고 폭력적인 방식”이라 지적하며 한국 정부를 향해 “책임감 있는 국가라면 최루탄을 포함한 시위진압장비를 터키로 수출해 범죄를 저지르도록 하는 방조하는 수치스러운 파트너 국가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터키에선 현지 시민단체들이 한국대사관 앞에서 최루탄 수출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국제앰네스티 터키지부는 인터넷 청원사이트(Change.org)와 SNS를 이용해 최루탄 수입 중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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