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나는 억울해요” 위풍당당한 정유라…혐의사실은 엄마 최순실에 떠넘겨 

 

[트루스토리] 김수정 기자 = 역시 정유라였다. 보수언론들은 ‘럭비공 같다’며 특유의 성격 문제로 접근했지만 정유라는 철저히 ‘공범’들의 비호를 받으며 ‘계산된’ 발언을 쏟아냈다. 빠져 나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정유라는 단호했다. 시종일관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억울하다’고 했다. 그랬다. 이 발언에 국민은 속아선 안됐다. 우리는 다시금 탄핵 이전으로 돌아갔다. 박근혜도 억울하다고 했고, 최순실도 억울하다고 했고, 이젠 정유라도 억울하다고 했다. 뻔뻔한 범죄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살인범들도 수갑을 차면 ‘억울하다’고 말하고, 사형수들도 ‘억울하다’고 말한다. ‘억울하다’는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냥 현 상황이 기분 좋을 일은 없기 때문에 단조롭게 내뱉은 것 뿐이었다.

티클만큼의 반성도 없었다. 20대의 나이. 대한민국이 정유라 한 사람을 위한 비열한, 모순된, 그릇된, 허섭스레기 수준의 3류 ‘정치’로 인해 풍비박산이 났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하며 ‘억울하다’고 했다. 똑같았다. 박근혜와 최순실과 똑같았다. ‘모른다’ ‘아니다’ ‘아는 내용이 없다’고 말한 대목은 박근혜와 최순실의 그것과 흡사했다.

20대의 철없는 발언들도 나왔지만, 이는 물타기일 뿐, 핵심에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어머니 최순실이 딸 이야기에 ‘정색’을 했던 것처럼, 정유라도 ‘아들 이야기’엔 발끈했다. 그들의 리그는 그런 것이었다. 국민이 고통을 받든 말든, 오직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울타리만 소중할 뿐이었다.

덴마크에서의 245일간 도피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21살의 정유라 씨는 31일 오후 3시 15분께 인천국제공항 27번 게이트 탑승교에 고개를 당당히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언론의 관측과 달리 주눅조차 들지 않고 위풍당당했다. 마치 연예인처럼, 좌우를 번갈아 보며 당당하게 답변했다. 지금 이 순간까지, 체포되지 않고 당당히 도피생활을 한 것 또한 ‘부모 능력’이라고 생각한 듯, ‘바뀐 세상’에 대해 겁 없이 접근했다.

짧은 5분간의 인터뷰에서 정유라는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인성을 드러냈다. 최순실 판박이. 반성의 기미는 없었고, ‘나는 당했다’는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모른다’는 말만 쏟아냈다. 오늘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였다. 정유라 씨는 취재진의 질문이 시작되자 “아는 바 없다” “모른다” “억울하다”고 반복했다.

많은 답을 쏟아낸 것처럼 보이고, 두서가 없어 보이지만, 외환관리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올인했다. 얼굴에는 거짓이라는 단어가 보였다. 모든 걸 누렸지만 그때는 알 수 있었던 비리들이 지금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법적인 책임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모든 혐의는 어머니인 최순실씨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 가기 싫었다’는 철저히 계산된 발언도 나왔다. 전공이 뭔지도 몰랐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갈기 위해 죽을만큼 공부하는 수험생들을 또 한번 모욕하더라도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선 ‘이 시간에도 공부 중인’ 수험생들을 바보로 만들었고, 입시비리 사건,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구속된 모든 관계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그랬다. 정유라는 그런 인물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예상된 답변’이 나오는 질문보다 차라리 “정유라, 당신이 쓴 그많은 돈은 누구 돈인지 아느냐”고 물어야 했고, “그렇게 하늘에서 떨어진 듯 물쓰듯 펑펑 써댄 돈은 도대체 누구의 돈인지 아느냐”고 물어야 했다. 정유라의 5분 인터뷰 핵심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런 정유라는 지금까지 도피생활을 했다. 그렇다면 정유라는 왜 자신이 도피를 했는지도 몰라야 한다. 국민은 억울하다. 정유라가 왜 억울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하는지 억울하다.

정유라 이미지 = YTN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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