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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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얼마 전 한 공공단체가 경쟁입찰 평가 항목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활동의 배점을 높게 책정하자, 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 밀어주기’라며 반발했다.

중소기업은 ‘많은 유보금을 쌓아둘 정도로 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 CSR 항목에서 당연히 높은 점수를 얻을 텐데, 기술과 가격에서 그 점수차를 어떻게 메워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해당 공공단체와 특정 대기업의 유착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았다. CSR 활동에 투입한 자금 규모로만 보면 당연히 대기업이 압도적으로 많겠지만, 해당 공공단체는 이익 대비 사회공헌비용, 프로그램의 다양성, 공익적 파급 효과 등을 중요 평가 잣대로 삼았다. 심지어 반발하는 중소기업 중에는 (유착을 의심받는) 특정 대기업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곳도 있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처럼 이익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CSR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이는 CSR을 잘못 이해하는데서 비롯된다. 실제로 적잖은 중소기업 CEO가 CSR을 단순히 기증이나 기부활동 정도로 오인하고 있다.

CSR은 기업의 생산활동 전 과정에서 사회, 환경 관심사 등을 녹이는 작업이다. 기업의 이윤추구와 공공선(善)을 일치시키는 과정이다. 관리 인력 등 비용이 수반되기는 하지만 돈이 CSR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친환경 제품이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제품을 개발하거나 관련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해당 기업은 이미 CSR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경영을 포함한 전 생산과정에서 법을 준수토록 하는 것도 CSR이다.

공장이나 사무실의 여유 공간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소박한 종교시설을 마련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이타적인 활동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기업처럼 상생자금 지원, 복지시설 기부, 해외 동반진출 같은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은 나름대로의 CSR 영역을 개발하고 수행할 수 있다.

또한, CSR은 중요한 리스크 관리 활동이자 경쟁력 제고 활동이다.

[사진=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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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칼럼에도 언급했지만 세상에 완벽한 기업은 없다. 기업은 CEO가 됐든 임직원이 됐든 개인적인 일탈이나 사건, 사고에 쉽게 노출되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생산 재화의 문제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평소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쉽게 리스크를 극복한다.

‘착한 기업’으로 인식된 오뚜기 사례에서 보듯이, CSR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의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기업이 사회적 논란을 감추거나 희석시키기 위해 CSR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에 봉착하면 그동안 벌여왔던 CSR이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세울 CSR조차 없는 기업의 경우 리스크를 극복하기 더욱 힘들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 공공기관에서 실행하는 입찰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의 발주 입찰, 해외 입찰에서 CSR 활동을 평가하는 사례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CSR이 CEO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필수로 각인되고 있다.

철저히 이기적이든, 불순한 의도로 시작하든 CSR 개념을 장착하지 않으면 중소기업도 사업을 펼쳐가기 어려운 시대다. ‘먹고 살기조차 바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한가한 잔소리일 수 있으나 아주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하면 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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