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김형준 본지 편집위원
 
그냥 이 시점에서 조심스럽게 상상을 해본다. 만약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이 없었다면 대선결과가 과연 어떻게 됐을까.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는 국정원 대선 개입이 원칙대로 수사돼 사실대로 밝혀졌더라면 대선결과는 어땠을까. 물론 판세가 뒤집혀졌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이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국정원 사건이 났을 때 새누리당과 국정원, 경찰 등은 민주당에게 덮어씌우면서 민주당이 여성 인권을 유린하고 불법을 자행한 것처럼 만들었다. 국민은 그리고 그 말을 철저하게 믿었다. 그리고 박근혜에게 몰표를 줬다. 그러나 결과는 그것이 거짓말이었고, 민주당이 추구한 게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선 결과는 민주당이 크게 졌다. 진실이 호도되고 거짓이 진실을 이긴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현 박근혜 대통령은 거짓 위에 세워진 ‘가짜’ 대통령이다. 이게 억울하고, 아니라고 한다면 박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국정원과 경찰이 개입한 이 사건에 대해서 철저하게 파헤치도록 지시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으로서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이다. 따라서 검찰은 확실하게 수사해야 하고, 이 사건의 우두머리였다고 보이는 원세훈, 이명박을 확실하게 수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에 분명한 의문이 켜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국정원과 경찰에 의해 자행된 헌정파괴 국기문란 범죄에 대해 검찰이 전면 재수사 방침을 정하고, 특별 수사팀을 꾸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이 끝까지 제대로 수사해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냐는 여부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소수의 정치검찰 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 정연주 전 KBS 사장 등에 대해서 보복수사를 자행했고, 촛불집회, MBC PD수첩,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등 정권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대해서 마구잡이식 수사를 했지만 모두 무죄로 풀려났다.

반면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 매입 등 대형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관련자를 소환조사 하지 않거나 서면 조사만 하는 등 부실수사로 일관해서. 재수사나 특검에 까지 이르렀다. 스폰서 검사, 브로커 검사, 벤츠 검사, 그랜저 검사, 성 검사 등 온갖 추문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검찰 총장과 중수부장이 충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통령조차 검찰개혁을 공약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을까. 이번 국정원 수사 사건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유신시절로 회귀하는 것일까.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은 어찌 보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계승할 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씻고 갈 것인가 하는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엄정하고 정확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다룬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간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는 유신독재 권력자의 딸이라는 이미지가 계승될 것이 분명하다. 이 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 원칙을 천명할 것을 부탁한다는 필자의 무리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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