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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07-10 17:59 (금)
[북 리뷰 '책은 밥이다'] 여론이 놓친 표심 '침묵의 나선'
[북 리뷰 '책은 밥이다'] 여론이 놓친 표심 '침묵의 나선'
  • 김선태 기자
  • 승인 2020.04.01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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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총선을 뒤흔든 '막판 뒤집기 효과' 분석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4·15 총선을 며칠 앞둔 현재 시점, 이런 질문을 하나를 던져보자.

선거에서는 모든 사람이 언제나 승자의 편에 서기를 원할까? 그렇다면 선거 전에 여론조사가 대체로 승자와 패자를 나누어 주는데, 많은 선거 결과 승패가 뒤바뀌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인간 심리가 자신의 가치관을 포기해가며 항상 승자의 편에 서려 할 정도로 가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권력 집단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리를 통해 공직이나 권력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보다 더 소박한 어떤 것, 즉 고립을 피하려는 욕구야말로 분명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며 "여론조사가 실패하는 이유는 이처럼 모든 유권자에게 공통된 기대치를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31쪽)

‘침묵의 나선 : 사람들은 실수보다 고립을 더 두려워한다’,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 저, 김경숙 역, 사이 간.
‘침묵의 나선 : 사람들은 실수보다 고립을 더 두려워한다’,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 저, 김경숙 역, 사이 간.

◇ 여론조사가 보지 못하는 인간 심리

지난날 상당수의 총선 결과는 사전 실시된 여론조사와 큰 편차를 보였다.

예를 들어 2014년 지방선거는 야당 우세라는 여론 발표가 잇따랐지만 실제 결과는 거꾸로 나왔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직전 터진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여당 지지층이 답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1965년 서독 총선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사민당 승리를 낙관했지만, 개표 결과 기민당이 압승했다. 

당시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한 기관이 딱 한 군데 있었는데, 그곳이 저자가 설립한 알렌스바흐 여론조사 연구소였다.

이 책은 저자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정한 여론 형성의 원리를 밝힌, 군중심리 분야의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1984년 초판이 나온 뒤 지금까지도 여전히 타당성을 인정받으며 여론조사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 의견에 속하면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에 속하면 침묵한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나선을 생각해보자. 다수 의견은 나선의 바깥쪽으로 돌면서 점점 세가 커지는 것과 같고 소수 의견은 나선 안쪽으로 돌면서 세를 잃는 것과 같다.

저자가 말하는 '침묵의 나선' 이론의 골자다.

특히 소수 의견을 지닌 군중들이 침묵하는 성향은 인간 심리의 기저를 형성하는 공포심 즉 '고립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은 "사람은 실수하는 것보다 고립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에 다수의 정서에 공감하는척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로부터 거부·배척·소외·고립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겉으로 다수 의견에 동조하면서 진짜 자신의 생각을 감춘다는 것이다.

여기에 섣부른 여론조사의 함정이 있다.

◇ "소수파는 고립이 두려워 침묵 택해"

사회적 고립의 두려움은 선거 여론조사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사람들은 승리를 확신할수록 목소리를 점점 더 크게 내고 패배를 예상할수록 목소리를 낮추다 마침내 침묵하기에 이른다.

침묵하는 유권자가 숨은 표로 작용하면, 공개 여론조사와 전혀 다른 ‘막판 뒤집기’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숨은 표로 인한 막판 뒤집기 현상은 두 가지 방식으로 작용한다.

하나는 유권자가 자신의 의견을 숨기고는 소수파에 표를 던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권자가 분위기를 따라 다수파에 표를 던지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를 승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밴드왜건 효과'라 부르는데, 이를 저자는 '동조에 대한 압박'으로 규정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이성은 혼자 남겨질 때는 소심해지고,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의 숫자가 커지는데 비례해 단호해진다.

이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 사이에 많은 실험이 있었다.

1950년대 초 솔로몬 애시의 실험에서 참가자 다수가 집단의 견해가 틀렸음을 알면서도 고립의 공포 때문에 그 견해를 따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이유에서 여론조사가 역으로 여론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여론조작이 종종 나타나는데 위기에 처한 사회일수록 이런 일이 더욱 심해진다.

토크빌은 이런 현상을 두고 "평등에 대한 신념이 우세해지고 권위에 대한 인정이 점점 상실되는 것에서 기인하는데 그 이유는 권위가 최소한 항상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가령 오늘 한국 사회와 같이 평등에 대한 욕구가 강렬하고 더군다나 지금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의식이 팽배한 경우가 해당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일수록 여론은 지배권을 적절히 틀어쥘 것이고 이는 개인들이 느끼는 고립의 두려움이 더욱 예민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253쪽)"라고 서술했다. 

4·15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이 종로구 후보자들의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15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이 종로구 후보자들의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언론, 여론조사에 막중한 책임감 가져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선거에 임박하면 결과를 조금이라도 빨리 예측하려는 심리는 어김없이 작동해 그로 인해 여론조사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져 간다.

이에 따라 언론은 복잡다단한 주변 환경을 단순화된 형태로 재구성하여 '여론조사 결과'로 내놓게 된다.

이 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독자의 손에 전해진 모든 신문은, 일련의 취사선택 과정을 거친 결과물"(228쪽)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언론이 선호하는 취사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일찍이 여론 개념을 선구적으로 확립한 월터 리프먼에 따르면 그것은 “명확한 주제, 갈등 상황, 최상급의 것들, 놀라운 소식, 연민을 자아내는 사연 등”이다.

반대로 어중간한 입장, 중간지대에 속하는 의견과 판단 유보 심리 같은 것은 언론의 주관심사가 아니므로 보도에서 배제되기 쉽고 따라서 그 비중이 어떠하든 중요한 여론의 근거로 취급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여론조사의 사각지대는 일상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선거 전 여론과 선거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

결국 여론조사의 문제는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문제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가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감추는 상황을 방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상이 아니다.

최소한 결과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우세한 여론 속에서도 개인적 신념을 드러낼 수 있는 조사 환경과 방법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가 더 민주적이고 더 관용적인 사회로 발전할 것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책은 '침묵의 나선'을 파악하는 일이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실증적이고 역사적인 수많은 사실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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