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인 집값에 부동자금 '부동산→증시' 가속화...증권사들도 "사라" 부추겨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락한 주식시장에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말 한때 1400선대까지 밀렸던 코스피가 1900선을 회복하면서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특히 지난 4·15총선의 여당 압승으로 향후 집값 전망도 비관적이어서 부동산을 이탈한 자금까지 증시로 향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증권사들마저 각 업계별, 종목별 투자의견을 '매수' 일색으로 내놓아 소비자들의 '묻지마 투자' 심리를 부추기고 있어, 투자나 종목 선정 때 개인들의 각별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예탁금 등 증시자금 141조원 달해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투자자예탁금 등 증시 주변 자금은 총 141조7281억원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20일 이후 27조336억원(23.57%) 증가한 수치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14일에는 141조7928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증시 주변 자금은 투자자예탁금(44조2345억원), 파생상품거래예수금(11조9999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잔고(77조1404억원), 위탁매매 미수금(2688억원), 신용융자 잔고(8조799억원), 신용대주 잔고(47억원) 등을 합한 것이다.

이 가운데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16일 현재 44조2345억원으로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직전(27조5459억원) 대비 60.58% 급증했다.

이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개인 투자자는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20조8976억원어치, 코스닥에서도 3조2858억원어치 등 총 24조1834억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은 외국인들이 팔고 떠나면서 지수가 급락한 삼성전자와 SK하니닉스 등의 IT(정보통신) 주식을 사들였는데 이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명칭도 얻었다.

실제 이들의 활약으로 지난달 23일 종가 기준 1482.46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지난 17일 종가 1914.53까지 29.15%나 급속 반등했다.

다만 개인은 코스피에서 지난 6일 8430억원을 팔아치운 데 이어 지난 14일 4530억원, 17일 6057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는 등 최근 주가회복에 일부 차익을 실현하는 움직임도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시적 '숨고르기'는 불가피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증시 유입 증가라는 큰 추세 자체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부동자금 '부동산→증시' 가속

게다가 아파트 등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충격과 정부의 강력한 집값 안정화 정책으로 가라앉으면서 부동산 시장에 머물던 자금도 증시로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으로 부동산 규제완화 기대마저 꺾이면서 자금의 증시 유입이 가속화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조사 기준 서울 강남 4구 아파트값은 1주일 전보다 0.20% 떨어져 지난해 1월 말 0.35% 하락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김성근·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현 부동산 정책의 집값 안정화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다주택자 과세강화, 3기신도시 건설, 분양가 상한제 등 기존 정책의 추진에 속도가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총선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실망감에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늘고 있다.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의 경우 총선 이후 1층은 17억5000만원, 3층 17억8000만원, 중층은 18억원 선에 급매물이 나왔는데 이는 지난달 초에 2층이 19억5000만원에 팔린 데 비해 2억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특히 올해 3조원, 2021년 12조원, 2022년 11조원 등 총 30조원 이상이 풀릴 것으로 추산되는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이 개인 투자자의 새로운 자금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다미·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007년과 2009년에 2기 신도시 보상금 일부가 증시에 들어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에 따른 대면 소비 감소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반해 이미 한 차례 조정을 받은 주식의 매력도가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3기 신도시 보상금의 증시 유입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와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강남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지속한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부동산에 급매물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와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강남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지속한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부동산에 급매물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증권사 투자의견 "사라" 일색...각별한 주의 필요

코로나19 사태로 증시 폭락장세가 연출됐지만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기업분석보고서의 투자의견은 '매수' 일색이었다.

증권사 중에는 매도 의견뿐만 아니라 '중립' 의견도 없이 100% 주식을 사라는 '매수' 의견만 낸 곳도 5곳 있었다. 이는 매도 의견이 20% 수준을 보인 외국계 증권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분당을)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기업분석보고서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 32곳 중 30곳은 보고서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경우가 한건도 없었다.

흥국증권(61건), DS투자증권(28건), 리딩투자증권(10건), 유화증권(4건), 한양증권(2건) 등 5곳은 100% 매수 의견이었다.

올해 들어 코스피 1500선이 붕괴하는 등 폭락장이 지속할 동안에도 주식을 계속 사라고 권유한 셈이다.

증권사별로 매수 의견 비율을 보면 5곳을 제외하면 키움증권이 98.7%로 가장 높다. 보고서 157건 중 매수 의견이 155곳, 중립 의견이 2건이다.

다음으로 교보증권(97.8%), 상상인증권(97.4%), 유진투자증권(96.8%), 하이투자증권(96.5%), 신한금융투자(96.1%), 케이프투자증권(95.3%), 미래에셋대우(95.2%), 한화투자증권(94.4%) 등 순이다.

대형사들은 비교적 매수 의견이 낮았는데 KB증권이 77.3%로 가장 낮고 삼성증권(78.7%), NH투자증권(78.8%), 메리츠증권(84.9%), 유안타증권(86.2%), 신영증권(87.3%), 한국투자증권(87.7%) 등 순이었다.

그러나 이들 증권사도 매도 의견은 거의 없고 나머지는 중립 의견이다.

국내 증권사와 비교해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율은 꽤 높은 편이다.

외국계 증권사 13곳이 발간한 기업분석보고서 2174건 중 매도 의견이 달린 보고서가 399건으로 18.4%에 달하고 매수 의견 60.2%, 중립 21.4%다.

이는 증권사들이 코스피가 폭락해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봐도 주식을 많이 사 거래하기만 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주식 수수료 수입은 코스피 수치가 아닌 주식 거래 규모와 비례한다.

이에 대해 김병욱 의원은 "정보의 신뢰성은 자본시장 발전에 있어 기본인 만큼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자본시장을 더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증권사와 리포트 분석 측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관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연구원이나 금융연구원이 그런 기능을 해주거나 안되면 독립적인 기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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