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부 재난지원금 대상 놓고 공방하는 사이 자영업자 등 대출 쌓여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과 관련 '국민 전체냐, 하위 70%냐'를 놓고 여당과 정부, 미래통합당이 핑퐁을 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국민들은 카드 대출 등 고리의 '빚'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카드론과 인터넷은행 신용대출이 각각 9000억원씩 안팎으로 증가하고 은행 신용대출도 2조원대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경기에 자영업자나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비교적 대출이 쉬운 카드론과 인터넷은행 대출에 의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 위기에 중저신용자들 "빚 내서 버틴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사의 카드론 취급액은 지난달 4조324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6%(8825억원)나 늘었다.

지난 1월 3조9148억원, 2월 3조8685억원으로 3조원 후반대에서 코로나 위기가 본격화된 3월에 4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을 보더라도 3월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월에 1.6%에서 2월에 16.6%로 뛰어오른데 이어 3월에는 20%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경기에 버티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카드론 대출에 나선 셈이다.

카드론은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한도가 사전에 정해져 있어 은행 대출처럼 별도 심사를 받지 않고 바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신용등급이 3~6등급인 이들이 이용한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자영업자 위주로 카드론을 많이 받았다"며 "소상공인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 바로 대출이 가능한 카드론으로 몰린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3월에는 카드론뿐 아니라 현금을 구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이 모두 동원됐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2조2408억원이나 급증한 것. 이는 관련 통계를 찾아볼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도 크게 늘었다.

3월 신용대출 잔액이 13조8910억원으로 전달보다 9445억원이나 증가한 것. 1월에는 1153억원, 2월에는 3689억원 증가하다가 3월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3월에는 전반적으로 대출이 많이 늘어난 시기"라고 말했다.

다만 카드론 대출 증가세에는 주식투자자금 목적의 대출도 일부 포함됐다는 분석도 있다. 3월에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주식 폭락 이후 카드론 대출이 갑자기 뛰는 경향이 있어 3월에 일부 카드론 대출이 주식투자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방향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입장차로 원내대표회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인영(왼쪽) 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방향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입장차로 원내대표회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인영(왼쪽) 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언제 가능할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처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지급을, 정부는 70% 선별지급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래 통합당은 지난 총선 과정 전국민 지원 약속을 바꿔 정부안대로 선별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거 운동을 하면서 전 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합당을 압박한 것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표단-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긴급 재난지원금과 관련, "모든 것은 통합당이 선거 때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야당이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겠다는 총선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민주당의 야당 압박은 기획재정부가 재정 여력 등을 우려해 전국민 지급에 계속 난색을 보이는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도 추경 증액에 반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정부 추경안에 포함된 소득 하위 70%를 전국민으로 확대할 경우 필요한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기 위해 지급액을 조정하거나 소득 규모별로 차등해 지급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통합당은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 내용 그대로 신속히 국회가 처리하자면서 오히려 여당에 역공을 하는 모양새다.

통합당 소속의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보면 우리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는 최대 범위에서 나름의 합리성을 가진 것"이라면서 "하루빨리 문 대통령이 제출한 추경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여당이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부안을 통과시켜주겠단 입장인데 민주당이 지금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 '긴급'인데...전국민 지급후 고소득자는 나중에 세금으로 환수하자

장하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관련 "일단 전국민에게 준 뒤 나중에 고소득자들한테 세금으로 다시 거둬가면 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황이 급한데 소득을 따질 시간이 없다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당장 급하니까 지금은 100% 국민 다 주는 게 좋다"며 "지금 그거 추리고 있자면 시간 들고 하루가 급한 분들이 많은데 일단 줘놓고 소득자들한테는 세금으로 다시 거둬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선별한다고 서류 제출해라, 뭐 해라 그런 시간이 없다"며 "지금은 일단 다 주고 나중에 70%선이 됐든 80%선이 됐든 나중에 세금으로 거둬가면 된다"고 재차 상황이 급하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기간 중 약속한 전 국민 50만원 지급을 번복한 미래통합당을 겨냥해 '국민 기만, 국민 조롱'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본심에 없는 거짓말을 했더라도 거짓말이나마 지키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그런데 공당이 국민 기만을 넘어 선거 때 공언을 뒤집고 정부 여당 발목을 잡기 위해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하게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은 국민 조롱"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보편지급 원칙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위기 상황에선 특정계층의 가구 단위가 아니라 국민 전원에게 적더라도 동등하게 지원하는 것이 맞다"며 "금년 예산 조정을 넘어 내년 내후년 예산을 조정해 상환하는 조건으로 국채를 발행하면 기재부 주장과 달리 재정건정성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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