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무역기지 잃어 피해 불가피...중국과 글로벌 경쟁품목은 반사이익 볼수도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흑자국은 어디일까. 바로 홍콩으로 4번째 수출 대상국이기도 하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나선 때문인데, 한국은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하고 있어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홍콩을 경유한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 기업의 대미수출이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9일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예상했다.

[그래픽=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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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물류·금융허브 역할 상실

홍콩보안법은 홍콩 내 반정부 활동 감시,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전날(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표결을 통과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 그 동안 홍콩에 주어졌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1992년 홍콩법을 제정해 홍콩이 자치권을 행사한다는 전제로 비자 발급과 투자 유치, 법 집행 등에서 중국 본토와 다른게 특별대우했다.

이에 홍콩은 아시아의 대표 금융·물류 허브로 성장하게 됐다.

홍콩은 총수입 가운데 89%를 재수출하는 중계무역 거점으로, 특히 총수입 중 50%가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무역협회는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되면 본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금융허브로서 역할 상실로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韓, 중기제품 등 수출차질 우려

이에 한국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무역협회의 설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낮은 법인세와 안정된 환율제도, 항만, 공항 등 국제금융·무역·물류 허브로서 이점을 갖춘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해 왔다.

홍콩은 한국의 4위 수출 대상국으로 홍콩으로 수출하는 우리 제품 가운데 114%(하역료·보관비용 등을 포함한 금액 기준)가 제3국으로 재수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98%)은 중국 본토로 향한다.

보고서는 미국이 홍콩 제재를 강화해 홍콩을 중계무역 경유지로 활용하기 어려워지면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 등의 단기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협회는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무관세여서 중국 직수출로 전환할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물류비용이 늘어나고, 대체 항공편 확보까지 단기적 수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은 중국의 통관·검역이 홍콩에 비해 까다로워 수출물량 통관 때 차질도 예상된다.

무역협회는 "미중 간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면서 장기화할 경우 홍콩은 결국 허브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며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 역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에 기회' 분석도

무역협회는 반대로 미·중 갈등 확대가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했다.

미·중 갈등 확대로 중국이 홍콩을 경유한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 기업의 대미수출이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수출 경합이 치열한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 광학기기, 철강 제품, 플라스틱 등에서 우리 수출의 반사 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협회는 또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스마트폰,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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