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김형준 본지 편집위원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다음날 폐업 조치에 들어간 진주의료원에서 강제로 쫓겨난 환자 194명 중 7명이 숨졌다. 재정적자가 300억이 아니라 3000억이라 해도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할 수 없다. 홍준표 도지사와 날치기 폭거를 단행한 새누리당 경남도의원들은 인륜에 반하는 폐업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마침 국회가 4월29일 본회의를 열어 보건복지위원회가 제안한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를 위한 결의안’을 가결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결의문은 “환자들은 질병과 가난보다도 진주의료원이 아니면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 현실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민간의료 부문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의 유지와 확충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므로 진주의료원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비롯해 공공의료체계를 도모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지사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홍준표 지사의 생떼는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남도청은 진주의료원 노조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 10만 장을 도내 18개 시·군을 통해 배포했다. 전단에는 “병원장보다 센 노조”, “노조가 인사·경영권 휘둘러”, “노조의, 노조에 의한, 노조를 위한 노조공화국 진주의료원”이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경남도가 제작해 뿌린 전단.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 제공
최근 홍준표 지사는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한진중공업 노조처럼 배고프고 힘들고 내 자식 못 키울 때 국민이 동정한다. 진주의료원 노조는 다르다. 강성노조, 귀족노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지사가 언제부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처지에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궤변을 합리화하기 위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까지 팔아먹는 처지가 딱하다.

진주의료원의 노동자들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임금이 동결 상태이다. 체불 임금 또한 일곱 달치를 넘고 있다. 대부분이 2000~3000만원 빚을 졌으며, 대리운전 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다. 임금은 공무원의 70%,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평균의 80% 수준이다. 간호사 직종 평균 연봉도 3100만원로 다른 지방의료원보다 100만 원 가량 적다. 연봉 3100만원짜리 노조가 강성노조인가.

최근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시 외곽 이전에 따른 환자 접근성 악화로 환자(특히 외래환자) 수가 감소한 것이 진주의료원 경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복지부는 “의료 수익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율이 높은 것이지 임금 자체가 높아서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 진주시의회, 경남도의회, 보건복지부와 한차례의 협의도 없이 2월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방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새누리당 의원들을 거수기로 만들어 조례를 개정했다. 이에 대한 경남도민들의 비판이 드세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귀족노조, 강성노조’를 들고 나왔다.

처음에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폐업 조치를 발표했다가 노조가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자 ‘모든 게 노조 탓’을 하고 있다. 6년간 임금동결, 7개월 임금 체불, 300여 노동자들 중 30명 명예퇴직, 30명 인원 축소와 신규채용 억제, 연차수당 1/2 반납, 토요일 무급근무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고통분담을 감내해온 진주의료원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무엇을 요구하겠다는 것인가.

쌍용자동차 대량해고가 23명 노동자들의 자살로 이어졌고,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절망감으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었다. 홍준표 지사의 폐업 조치로 이미 7명의 환자들이 사망한데 이어 진주의료원 폐업의 원인을 노동자 탓으로 몰아가는 것은 살인 행위와 다름없다. 종북몰이, 빨갱이몰이에 이어 귀족노조몰이로 국민의 합리적 이성을 마비시키는 중세기적 탄압 속에 노동절 123주년을 맞는다. 진주의료원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는 공공의료 사수로 귀결되고, 복지사회로 가는 시대의 흐름과 일치한다.

진주의료원 노동자들을 귀족으로 몰아가는 거짓과 협잡은 공공의료 포기로 귀결되고, 사람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반시대적 흐름이다. 홍준표의 천박한 권력욕이 안쓰럽다. 한때 집권 여당의 대표였다는 것을 인식하고, 품위 좀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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