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모든 가능성 열고 논의" 제안...아시아나 M&A 불씨 살아날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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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이제 아시아나 인수합병(M&A)의 딜의 책임은 온전히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넘어간 셈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현산 회장의 26일 전격 회동 결과에 대한 한 채권단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두 회장의 만남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산은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 회장에 "재협의에 임할테니 답을 달라"는 제안을 했다. 그 동안 양측 모두 변죽만 올리며 빙빙 말을 돌렸는데 이제는 딜의 성사를 위한 핵심을 이야기 하자고 정곡을 찌른 셈이다.

산은 입장에서는 인수조건에서 양보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조원 깎아주겠다" 파격 제안 나왔나

산은은 보도자료를 내고 "산은은 아시아나 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현산 측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산은은 현산의 재실사 등의 요구에 "과도하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 논의는 가능하다"는 등의 태도를 보였는데, 이번 만남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한다"고 표현해 통 큰 양보를 시사했다.

가장 핵심인 가격 재협상을 시사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 산은 측은 현산에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 대금을 합한 인수대금을 1조5000억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현산 측의 인수대금인 2조5000억원보다 현산 측의 부담을 1조원 덜어준 것이다.

현산은 지난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772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총 2조500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제시했다.

다만 산은은 이날 회동에서 이 회장이 구체적인 금액을 거론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채무를 개선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고, 채권자와 인수자 역할은 각각 어떻게 돼야 할지 등 굵직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결론은 채권단이 현산 측에 '재협의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이제 그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몽규의 깊어지는 고민 

이에 따라 공은 현산으로 넘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아시아나 M&A의 향방은 '인수조건' 협상으로 넘어 가느냐, 아니면 '재실사'를 통해 다시 인수가격을 결정할 것이가로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산은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고 했지만, 현산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걸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일단 임기가 다음달 10일까지여서 산은은 그 전에 답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산이 산은의 제안을 받으면 아시아나 M&A는 극적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 안을 받지 않으면 채권단은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아시아나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재협의를 제안했는데 상대가 '노(No)' 하면 딜이 끝나지만 다시 연락을 준다면 협상이 재개되는 것"이라며 "정 회장에게 재협의 가능성을 확인해달라고 말했으니 딜의 불씨가 꺼진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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