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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10-27 19:53 (화)
[한국 유산기(27)] 서산낙조의 명승지 변산(2)
[한국 유산기(27)] 서산낙조의 명승지 변산(2)
  • 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20.09.18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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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내소사 들어가는 숲길에 나도밤나무가 아름답다.

율곡(栗谷) 선생이 어렸을 때 나이 스물이 되면 호랑이한테 잡혀 먹힐 수 있으니 꼭 밤나무 일천 그루를 심으라고 도사가 일러줬다.

세월이 흘러 다시 찾아와 나무를 세어보니 한 그루가 부족했다.

속였다고 버럭 화를 내며 율곡을 데려가려 하자 옆에서 “나도 밤나무요” 하고 외치는 순간 도사는 호랑이로 변해 죽고 마지막 한 나무는 나도밤나무가 되었다.

밤나무, 너도밤나무는 참나무와 한 집안이지만 나도밤나무는 밤나무와 다른데 열매도 산벚이나 팥배나무를 닮은 나도밤나무과이다. 잎도 비파나무와 밤나무를 합쳐 놓은 듯하다.

내소사 대웅전.
내소사 대웅전.

변산팔경에 취하고 내소사에 젖어들고

내소사는 백제 무왕 때 소래사(蘇來寺)로 세웠으나, 백제를 치러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왔다고 해서 내소사(來蘇寺)라는 것이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전나무 숲길이 좋다. 관음봉(觀音峰)을 능가산이라고 하는데 능가는 능가경, 대승(大乘)경전으로 석가가 능가산(楞伽山)에서 설법한 가르침을 모은 것으로 달마대사의 선(禪)으로 전승되기도 했다.

당간지주가 너무커서 절집과 잘 어우러지지 않은 것이 흠이지만 내소사 건축의 빼어남은 대웅전 꽃무늬 문살을 최고로 친다.

연꽃, 국화로 수놓은 나뭇결 문살은 오히려 고색창연함을 보여준다. 결마다 아로새긴 무늬 살을 보면 희미한 달그림자도 잠재울 만하다.

흔히 줄포·곰소 앞바다, 웅연강 낚시꾼들과 어우러진 어화(漁火)를 웅연조대(熊淵釣臺), 옥녀담 계곡의 직소폭포(直沼瀑布), 내소사의 저문 종소리(蘇寺暮鐘), 월명암에서 보는 안개 낀 바다(月明霧靄), 채석강에 뜬 돛단배(彩石帆柱), 지서리의 지지포·쌍선봉의 경치(止浦神景), 개암사 일대의 자취(開岩古跡), 월명암과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해질녘(西海落照)이 장관인데 여덟 가지를 변산팔경이라 한다.

시선 이태백이 취중에 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닮아서, 퇴적암 낭떠러지로 바닷바람에 깎이고 겹겹이 쌓인(海蝕斷崖) 채석강이다.

변산 봉우리들.
변산 봉우리들.

변산은 울타리처럼 바깥쪽에 산을 만들고 안쪽은 비어있어서 해안과 외곽을 외변산, 암자가 많은 안쪽을 내변산으로 부른다.

의상봉(508미터)을 필두로 400미터 정도의 세봉, 관음봉, 신선봉, 쌍성봉 등이 성곽처럼 둘러쳐 있다. 외변산에는 채석강(彩石江), 변산·고사포·격포해수욕장이 있고 1988년 일대가 국립공원이 됐다.

삼한시대 변한(卞韓)은 변산에서 유래하는데 삼국유사(주2)에 백제 땅에 변산이 있었기 때문에 변한으로 일컬어졌다(百濟地自有卞山 故云卞韓)고 전해 온다. 변(卞)자는 맨손으로 치다는 의미로 호남평야를 사이에 두고 호남정맥(湖南正脈)이 맨손으로 툭 쳐 던졌대서 변산, 홀로 독립된 산 무리를 만들었다.

이 일대는 원래 소나무가 많았는데 원나라에 침략 당한 고려 때의 남벌(濫伐)로 서남해안 솔숲이 많이 사라졌다.

13세기 원나라는 일본을 치러 가기 위해 배를 만들라며 귀화한 홍복원의 아들 홍다구를 고려로 보낸다.

변산과 장흥 천관산 일대에서 밤낮없이 백성들을 다그쳐 겨우 만들어진 배는 일본에 닿기 전 태풍을 만나 모두 부서지고 말았으니 허투루 준비한 정벌은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후 1시 40분 세봉(402미터, 관음봉삼거리1.3·세봉삼거리0.4·가마소삼거리2.3·내소사일주문2.4킬로미터) 근처에는 굴참나무 이파리가 넓어서 한참 쳐다보는데 풀쐐기가 앉아 있다. 흔히 불나방의 어린벌레를 풀쐐기라고 하는데 쐐기나방 유충이다. 여름철 반소매로 다니다간 이놈들한테 쏘이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땀에 젖었다 마르기를 몇 번. 높고 낮은 봉우리들 계속 이어지고 골도 깊다.

“세봉 삼거리가 왜 이리 멀고 높아?”

“세봉보다 더 높다.”

세봉에서 15분 정도 걸어서 해발 380미터 세봉삼거리에 닿고 우리는 가마소를 향해 다시 걷는다. 이 길은 멀리서 보면 쉬운 듯하지만 마치 공룡능선을 타는 것처럼 어려운 구간이다. 멀리 새만금방조제가 가까워졌다.

같이 걷는 일행은 이제 힘이 부치는지 “한 번 더 오려했더니 다신 안 온다”고 한다.

2시 15분경 부안임씨 묘(세봉삼거리1.1·내변산주차장1.5킬로미터) 아래 너럭바위에 서니 내변산 최고의 조망지점이다.

눈 아래 인장암, 내변산 주차장, 오른쪽으로 천문대가 있는 의상봉 앞에 부안댐, 고개너머 새만금이다. 2시 25분 갈림길(가마소 삼거리1·내변산주차장1.1·세봉삼거리1.5킬로미터) 5분가량 지나 사방으로 병풍산인데 내변산의 묘터, 절은 대개 동북향이다.

“히야~.”

바위산 절경에 감탄하고 있으니 옆에서는 도토리 줍는다고 정신없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도토리가 얼마나 큰지 알밤만 하다. 산에 왜 참나무들이 많을까?

자연 속에서 오래도록 안정되어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생물군집을 극상(極相 climax)이라 하고 햇빛이 강한 곳에 사는 소나무로부터 차츰 햇볕이 약해도 잘 자라는 음수림인 참나무들이 결국 이기게 된다.

이러한 생태계의 천이과정도 있겠지만 참나무 숲의 최대 공로자는 아마 다람쥐일 것이다.

다람쥐는 입안의 뺨주머니에 도토리 수십 개씩 넣어 다니다 겨울 양식으로 땅속에 저장하는데, 숨겨 놓은 것을 잘 잊어버린다. 다람쥐가 숨겨둔 도토리는 나중에 싹을 틔워 온산에 참나무 숲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소사 입구 당산목.
내소사 입구 당산목.

2시 40분 인장암(印章巖). 높이 10미터, 밑변 20미터 가량되는 도장을 세워 놓은 것 같은 큰 바위를 10분 내려서니 내변산 주차장이다. 목이 말라 수돗물을 마신다.

지난해 5월 내소사에서 바위길을 힘겹게 오르는데 윤노리·갈참·졸참·사람주·노린재·덜꿩·때죽·비목·좀팽·개서·소사·산딸·병꽃·산앵도·굴피나무들을 두고 바위꼭대기에서 멀리 곰소를 바라보았다.

“때죽이 무슨 뜻이죠?”

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일행이다.

“떼거지로 죽는다고……. 나뭇가지를 찧어서 개울에 풀어놓으면 물고기가 마취돼요.”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내려가는 길, 급경사 지대다. 맨 앞에 서서 가는데 돌이 굴러 내려온다.

“아버지 돌 굴러 가유~”

“…….”

“그쪽이 아닌데유~”

“…….”

이번엔 3탄이라며

“두 갠데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김 사무관 때문에 배를 잡았다. 고향이 당진인데 충청도 양반처럼 순박하고 마음씨도 곱다.

전나무 숲길 걸으며 일주문 입구에 물색을 두른 천 살 느티나무 할아버지께 예를 표한다. 주차장에 비파나무인 줄 알았더니 다시 보니 커다란 일본목련. 내소사 입구에서 마시던 울금막걸리에 취한 까닭일까?

새만금 포플러 내염시험장에 들어갔다 나오니 내비게이션은 연달아 줄포 나들목으로만 안내한다.

“도로공사와 협약을 맺었나.” 만경평야와 김제가 새로 생겼다고 새만금인데, 국민 1인당 3평에 해당하는 땅이라는 설명을 곁들인다. 나른한 오후, 달리는 차안에 모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 옆에 앉은 일행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조수가 졸면 직무유기.”

“동승자도 관리 소홀로 처벌 받아.”

“…….”

“그렇다고 기사가 과속하면 직권남용.”

한바탕 분위기를 새로 바꾸면서 호남고속도로를 달린다.

<탐방로>

● 전체 9.8킬로미터, 7시간 정도

내변산 공원주차장 → (45분)갈림길 → (55분)월명암 → (40분)자연보호탑 → (1시간 30분)관음봉 삼거리 → (10분)관음봉 → (30분)세봉 → (15분)세봉 삼거리 → (20분)묘지 → (1시간 10분)갈림길 → (30분)인장암 → (10분)내변산 공원주차장

* 2~6명이 걸은 평균 시간(기상·인원수·현지여건 등에 따라 시간이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