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추석' 취지 무색 카페와 식당엔 인파로 가득
한글날 연휴, 할로윈데이 다가오는데…경각심 가져야

추석 연휴 첫 날, 홍익대학교입구역(2호선) 중심가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김보민, 권보경 인턴기자]
추석 연휴 첫 날인 지난달 30일 홍대입구역 중심가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김보민, 권보경 인턴기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권보경 인턴기자】 "불효자는 옵'니다." 지난 추석 연휴전 어느 시골마을에 붙었던 현수막 문구다. 

정부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민들에 올해 추석엔 귀성 자제를 권고했고, 부모들도 "올해 보지 말고, 오래 보자"며 자녀들의 고향집 방문을 막았다. 

이에 사회관계망(SNS)에서는 비대면추석, 비대면명절, 비대면제사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며, 명절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알리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번 추석 고향집을 찾지 않은 청년들은 어디서 보냈을까. 

본지는 추석 연휴 첫 날인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과 마포구 홍대거리를 둘러봤다.

이들 거리의 카페, 식당, 호프집은 휴일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들고 이용제한 구역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 문구를 무색하게 했다.

◇ 대형 카페에 다닥다닥...마스크 내리고 수다

신촌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두 유형으로 나뉘었다. 컴퓨터나 두꺼운 책을 보며 집중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문한 '나들이족'이다. 

내부는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이용객들은 카페 내 취식 전후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자제하는 방역수칙에도 아랑곳 않고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수다에 열중했다. 직원들도 마스크를 벗은 손님들을 저지하지 않았다.

손님들간 거리두기도 부재했다. 추석 특별방역기간 동안 매장내 20석이 넘는 카페에서는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한 테이블씩 띄어 앉도록 손님에게 안내해야 하지만 해당 카페에는 '띄어 앉으라'는 안내문도, 안내하는 직원도 없었다.

카페를 방문한 취업준비생 김형환(28)씨는 "취업이 안된 상태라 눈치가 보여 부모님을 뵈러 가지 못했다"며 "코로나19가 불안하지만 카페가 아니면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 박견일(26)씨도 "적당한 공부 공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카페를 찾았는데 오히려 평소보다 좌석 간 거리가 가깝고 이용객이 많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홍대 중심가의 대형 프랜차이즈 닭갈비 전문점의 직원은 “어제부터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사진/김보민, 권보경 인턴기자]
지난 30일 홍대거리 중심가의 대형 프랜차이즈 닭갈비 전문점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김보민, 권보경 인턴기자]

◇ 붐비는 식당과 주점, 잠들지 않는 홍대의 밤

날이 어둑해지니 식당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홍대의 한 일본 음식 전문점의 두개 층 모든 좌석은 만석이었다. 점원은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안내했다. 대부분 식당들도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매장 내 좌석 수가 20석이 넘는 음식점은 테이블 간 1m의 간격을 두어야 하지만 대체로 지켜지지 않았다. 기자가 찾은 한 닭갈비 전문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환기를 위해 문을 열어두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이용객은 서로 붙어 앉아야 했다. 

8시가 지나자 사람들은 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홍대의 한 프랜차이즈 호프집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언제쯤 이용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직원은 30분은 기다려야 들어오실 수 있다고 답했다. 가게 앞 대기자들간의 거리두기도 없었다. 차례를 기다리며 무리 지어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보였다.

홍대 중심가 한 호프집의 대기 명단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사진/김보민, 권보경 인턴기자]
지난달 30일 젊은이들이 홍대 중심가 한 호프집을 찾기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김보민, 권보경 인턴기자]

◇ '이용 자제' 안내문 비집고 모여앉은 사람들

야외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더 지켜지지 않았다.

홍대 근처 연남동 거리에는 비좁은 길에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선선한 날씨에 야외 테이블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테이블과 지나다니는 사람들 간 간격은 채 1m가 되지 않았다.

일명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경의선 숲길 공원에는 공원시설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다른 일행과 한 뼘 정도의 거리를 두고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곳곳에 배치된 벤치도 비슷한 실정이었다. 홍대 주차장거리 인근 정자(亭子)의 기둥엔 '이용 자제'라고 적힌 붉은 띠가 둘러져 있었지만 안내문 띠를 등으로 밀어내고 길거리 음식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며 평소처럼 정자를 이용하고 있었다.

길거리를 순찰하며 야외 공공 시설 이용 자제를 권고하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10월 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공원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출입 통제 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등받이 삼아 앉아있다. [사진/김보민, 권보경 인턴기자]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공원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출입통제 띠에도 아랑곳 않고 사람들이 앉아 있다. 
[사진=김보민, 권보경 인턴기자]

5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3명이다. 꾸준히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연휴 기간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최근 2주간 감염 경로가 불분명했던 비율은 여전히 18.3%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감염 재확산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5일의 추석 황금연휴는 지나갔지만, 젊은이들에겐 또 한글날 연휴(9일~11일)와 할로윈데이(31일)가 남아 있다.

특히 할로윈데이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분장을 하고 어울리는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태원과 홍대, 강남 등 번화가에 사람들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추석 연휴처럼 젊은이들의 거리를 방치한다면 코로나19 재확산 고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