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목소리 비판에도 홍 부총리 "쉽지 않다"며 고수 의지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주식 양도차익 과세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춘데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물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요지부동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요구가 나온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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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억원 요건 완화? 홍남기 "쉽지 않은 결정"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조세정책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입을 모아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정부의 방침 수정을 요구했으나, 홍남기 부총리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국민이 뭐라고 하든 말든 이미 계획한 것이니 가야겠다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며 "2023년 금융소득과세 개편안이 시행되는 만큼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바꿔도 실질적 효과는 2년에 불과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목별로 10억원을 보유한 사람은 1만명 정도인데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면 대상이 9만명으로 늘어난다"며 "과세 형평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주식을 매각해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주주 범위를 낮추지 말고 그냥 유예하자"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도 "대주주 양도세 문제가 쟁점인데 저도 여당 의원들과 의견이 같다"며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니 기재부 의견은 참고하고 여야가 뜻을 모으면 (대주주 요건 10억원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 역시 "제가 이미 '현대판 연좌제'로 평가되는 가족 합산을 제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대주주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고 기준도 최초 100억원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방침은 그대로 가져가되 세대 합산이 아닌 개인별 합산을 적용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홍 부총리는 "3억원이라는 게 한 종목당 3억원이다. 두 종목이면 6억원"이라며 "너무 높다, 낮다 판단이 있겠지만 정부로선 이미 2년 전에 법을 바꾸고 시행령에 3억원이라고 예고해 다시 거꾸로 간다는 게 정책 일관성과 자산소득 과세 형평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세대 합산했던 것을 개인별로 전환하겠다고 이미 말했다"며 "개인별로 전환하면 실질적 효과가 (종목당) 6억원 내지 7억원으로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개미 응원" 문 대통령 조정 나설까

'대주주 3억원'에 대해 '동학 개미'들의 반발과 함께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에 나서면서 청와대가 정리에 나설지 관심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원내 정책라인과 정부 및 청와대, 경제팀 간에도 과세 대상의 범위를 놓고 온도차가 심해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학 개미 투자자들의 여러 의견과 불만을 잘 듣고 있다"며 "당정협의를 통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7일에 이어 이날 국감장에서 "(대주주 요건 완화는) 정부가 이미 2017년 하반기에 결정한 사안"이라며 정부안(3억원)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고집했다.

금융시장과 정부의 세정, 나아가 부동산 등 투자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데도 당정간 조율되지 못한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당정이 논의하고 있는 단계지만 논란이 지속될 경우 문 대통령이 직접 정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기재부가 '금융세제 개편방향'에서 국내 주식 양도차익을 2000만원까지 공제하기로 한 것에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커지자 7월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미 투자자들에 대해 응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고, 이에 기재부는 공제액을 5000만원까지 확대했다.

정부의 과세 확대에 대한 시중 여론은 좋지 않다.

지난 2일 청원마감된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최종 21만6844명의 동의를 받아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인은 "국민 정서상 10억 대주주는 인정할 수 있지만 3억 대주주는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코로나19의 위중함 속에서 우리나라 증시를 살린 동학개미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싶어 그런가"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이 청원인은 "동학개미들의 주식참여에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코스피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 이전 정권에서 수립된 대주주 3억원에 대해 국민의 여론과 대통령의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참여 열의를 꺾지 말라는 당부에도 기재부 장관은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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