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율 90%로 고가·다주택자 보유세 최대 5배이상 올라
"양도세 등 거래세 높아 팔지않고 임차인에 세 부담 전가" 우려도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과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을 발표한 3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과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을 발표한 3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고가주택과 주택을 여러채 보유한 사람들의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기로 확정하면서 당장 내년부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에 보유세가 최대 6% 가량 오르고, 15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자들은 5년내 현재보다 최대 5배 이상의 보유세를 내야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게다가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산정 등 60개 분야의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어서 이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재산세 등 보유세 최대 5배 이상 오른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가 3일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에 따르면 9억원 미만 아파트는 2030년까지,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까지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90%까지 올라간다.

매년 약 3%포인트씩 올리는데, 9억원 이하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은 중간 목표를 두고 속도 조절에 나선다.

이 같은 정부 로드맵대로라면 당장 내년부터 1주택자라도 보유세 부담이 크게 오를 수 밖에 없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의 경우 5년 만에 3배 이상 보유세가 증가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시뮬레이션한 추정치를 보면, 올해 공시가격이 20억7200만원, 시세 33억원 정도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이하 모두 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올해 907만원에서 내년에는 1328만원으로 1.4배가량 늘어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달성하는 2025년에는 보유세 부담이 4754만원, 5.2배로 증가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10억7700만원, 실거래가 17억원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보유한 1주택자는 2030년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보유세 1314만원을 내게 된다.

올해 보유세 325만원의 4배가 넘는 액수다.

공시지가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도 장기적으로는 보유세 상승 부담이 불가피하다. 마포구 도화현대홈타운은 올해는 종부세 없이 재산세만 128만원 가량을 내지만, 2027년부터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고 2030년에는 보유세로 443만원을 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산세 한시 인하라는 보완 조치에도 불구하고 공시지가 상승이 '세금 폭탄'이라는 반발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전문가들 "보유세 부담 임차인에 전가 가능성 우려"

정부는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을 통한 보유세 부담 강화로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가격이 하락하는 집값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면 정부의 바람대로 무게 중심이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 등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의 집값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과 다주택자들이 본격적으로 집을 팔지는 않을것이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다주택자들이 일부 집을 처분할 수 있지만, 양도세 부담으로 집을 내놓지 않고 오른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난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주택임대차시장이 다주택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조성된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전세금을 올리거나 월세 전환 등을 통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길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까지 전세가격 불안이 지속된다면 보유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떠넘길 우려가 있다"가 말했다.

그러면서 "중저가 주택의 경우도 재산세가 감면되지만 3년 한시 적용이고, 6억원 이하라는 조건이 있어서 서울 지역 1주택자는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고가주택보다는 덜해도 장기적으로는 중저가 주택 보유자도 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난이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며 "과세기준일인 내년 6월1일 이전에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일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거래세인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건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가 빨라 강남 부동산의 안정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강남뿐 아니라 용산, 여의도, 목동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집값이 안정되고 부동산을 통한 노후 대책은 세금부담을 감안해 메리트가 떨어지다 보니 금융자산과 분산하는 경향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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