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12년만에 '강북〉강남' 역전
30대 '영끌'에 전세난 겹치며 중저가 아파트값 급등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노원 아파트값'은 누가 이렇게 끌어올렸나. 

서울 한강 이북의 대표적인 아파트단지가 몰려 있는 노원구의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비교적 가격이 싸고 오름 폭도 적었던 강북의 아파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3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지수 통계에 따르면 12년 만에 강북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이 한강 이남 아파트값 상승률을 앞질렀다.

올해 1~11월 서울 한강 이북 14개구 아파트값의 평균 상승률은 12.79%, 한강 이남 11개구 평균 상승률은 10.56%였다. 

올해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고, 월간 상승률 추이 등을 감안하면 강북 지역의 연간 상승률이 강남보다 높을 것은 확실하다.

◇ 아파트값 상승률 12년만에 '강북>강남'

강북이 강남보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은 것은 2008년 이후 12년 만이다.

서울에서 지난해 연말 대비 올해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상승한 곳도 노원구(19.02%)였다. 노원구는 상계·하계 주공 등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북의 대표적인 주거중심 자치구다.

올해 들어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3월까지만 해도 강남이 강북보다 높았지만 4월부터는 강북이 강남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4월과 5월은 부동산 보유세 과세 기준일(6월 1일)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 종료일(6월 30일)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6월부터는 서울에서 30대 이하의 '패닉 바잉'(공황 매수)이 급증한 시기로,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젊은 층의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에 집중되며 강북 아파트의 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감정원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현황 통계를 보면 30대 이하의 서울아파트 매수 비중은 5월 32.1%에서 6월 36.1%로 급등한 이후로도 매달 상승해 10월 43.6%에 이르렀다.

◇ 30대 '영끌'에 전세난까지...강북 집값상승 효자?

여기에 지난 8월부터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 시행 여파 등으로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강북 아파트의 매수세가 더 거세진 것으로 분석된다.

강북 아파트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강남보다 높은 데다,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 아파트 매매에 대출 규제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몸값이 더욱 치솟은 것이다.

KB통계 기준 지난달 서울아파트 전세가율은 강북이 56.7%, 강남이 54.4%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북권 아파트값의 상대적 강세는 주택 시장에서 젊은 세대가 핵심 수요층으로 떠오른데다, 전세난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며 "강북 아파트 강세 추세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통상 서울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강남이 먼저 오르고 파생적·순차적으로 강북이 오르는 패턴이 오랜 기간 지속됐다"며 "올해는 강남의 주도주 위상이 흔들리고 중저가가 몰린 비강남의 반란이 일어난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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