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 마치고 내년 사업계획 마련 착수...대내외 상황 녹록치 않아 고심
'포스트 코로나' 대비·바이든 변수 등 과제 산적...'컨틴전시 플랜' 마련도

올해 초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한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한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총수 중심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 코로나 위기를 돌파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

최근 연이어 단행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의 연말 정기인사의 포석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설이 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재계는 현재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경제3법'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연말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고(故) 이건희 회장 사망이후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 마무리와 이 부회장 본인의 국정농단 재판 등 법적 리스크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체제 구축과 함께 승계 마무리라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LG그룹의 경우도 올해 계열분리 이후 다시 그룹을 다독여야 하는 상황이다.

4대 그룹들은 저마다의 숙제를 안고 '위기속 기회'를 찾아 2021년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 '포스트 코로나 대비와 초격차 유지'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환경 극복을 위해 반도체와 모바일을 비롯한 각 사업부문을 점검하고 내년도의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 선점과 기술 초격차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뉴삼성' 비전에 한 발 더 다가선다는 목표에서다.

삼성전자는 15일부터 사흘간 온라인으로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 중이다. 삼성은 매년 국내·외 사장과 임원급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부문별 사업 업황을 점검하고, 내년도 사업전략을 구상한다.

지난 15일 모바일(IM) 부문에 이어 16일에는 소비자가전(CE) 부문, 17일에는 반도체 부품(DS)과 전사 부문에서 토론이 이어진다.

이번 회의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인한 글로벌 통상 변화와 코로나19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환경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DS부문에서는 글로벌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D램·낸드 시장의 생산 및 수급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모리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본격화 될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 부회장이 밝힌 133조원 규모의 '반도체 비전 2030' 계획과 연계되는 내용으로 이번 회의에서 세부적인 전략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CE 부문은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온라인 중심의 유통구조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대면 판매 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큰 성장을 일궈낸 IM부문은 다양화 되는 스마트폰 폼팩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 현대차 "전기차 집중...미래 모빌리티 초석 다져"

지난 15일 사장단과 임원을 교체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시장 상황과 대내외 경영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년 사업전략을 확정할 계획이다.

코로나19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변화된 통상정책 등 리스크를 안고 있는 현대차는 먼저 전기차로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자사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다.

현대차는 내년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첫 양산 전기차로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를, 기아차는 'CV(프로젝트명)'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정의선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추진하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수소연료, 로보틱스 사업의 초석 다지기에 나선다.

정 회장은 15일 임원 인사에서 UAM, 수소연료, 로보틱스 사업을 이끌 차세대 리더를 대거 승진시키며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SK, '수소 사업' 본격진출, 'AI'에 꽂힌 LG

SK그룹은 내년에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SK그룹은 지난 10월 제주도에서 개최한 CEO 세미나에서 내년도 경영 전략을 논의하고 현재 각 계열사가 이를 토대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 사업에도 본격 진출한다. SK㈜가 이달 신설한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에서 사업 추진에 나선다.

SK텔레콤과 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중간 지주사 전환도 내년 중 본격화할 전망이다.

LG그룹은 지난 10월부터 한 달간 진행한 사업보고회를 통해 가장 먼저 내년도 사업계획의 큰 그림을 완성했다. 핵심은 미래 사업 준비와 성장동력 다변화다.

지난 7일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LG AI 연구원(LG AI Research)'을 출범하고, 세계적인 AI 석학이자 구글 출신의 이홍락 미시건대 교수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LG전자는 사내 CSO(Chief Strategy Office)부문 산하에 '북미이노베이션센터'를 신설하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부국장을 역임한 이석우 전무를 센터장으로 영입하며 미래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구본준 고문과의 계열분리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도 LG그룹의 내년도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위력을 떨칠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4대그룹들은 내년에도 위기 때마다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그 가운데에서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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