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매출이 절반 차지하지만 현지 생산은 12%뿐...인센티브로 韓기업 유혹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2020년 글로벌 시장 매출액이 4390억달러를 달성하며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사진=로이터통신/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액이 전년 대비 6.5% 증가해 4400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스마트 기기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우수한 성적을 내긴 했지만 올해 시장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의 분석자료를 인용해 2020년 세계 반도체 매출액이 4390억달러(한화 약 490조3191억원)를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기기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지난 3, 4월 급락했던 매출 감소를 상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미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이 232조원(2080억달러)에 달해 약 48%를 차지했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비중은 약 12%에 그쳤다.

이는 지난 1990년의 37%보다 약 3배 감소한 수준으로 현재 미국 회사 다수가 자국이 아닌 대만, 한국 등 아시아 등지에서 칩 생산을 늘리고 있어서다.

반도체산업협회(SIA)는 2020년 글로벌 반도체 산업 매출이 4390억 달러로 2019년 총 2123억 달러에 비해 6.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래프의 파란 선은 수익(revenue)를 뜻한다. [사진=SIA 홈페이지 캡처]

존 뉴퍼 SIA 회장은 "지난해 제정된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법률로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며 "해당 법률로 인해 인텔 뿐만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 외국기업을 대상으로도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 자국 소재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해 올해에는 관련 수치를 올리겠다는 포부다. 

한편 국내 기업이 만든 반도체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마존웹서비스(AWS)·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IT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대폭 늘리는 과정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고성능 메모리를 다량 구매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로 아시아 시장에선 엇갈린 성적이 나왔다"며 "(지난해 뿐만 아니라) 한국의 올해 1월 수출은 반도체 판매 급증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은 제조업 시장 예상치보다 저조한 성적을 낸 반면 한국 공장은 수출급증에 힘 입어 10년만에 업계 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87억1700만 달러로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갔다. 

예스파워테크닉스 관계자가 웨이퍼 표면을 검사하고 있다. 2021.1.28. [S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8일 SK(주)는자동차 전력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68억원을 예스파워테크닉스에 268억원을 투자했다. 사진은 예스파워테크닉스 관계자가 웨이퍼 표면을 검사하는 모습. [사진=SK 제공]

이에 올해 반도체 시장을 선두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가 미래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핵심기술로 급부상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이 무서운 기세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지난 28일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 시장에 진출에 돌입해, 한국 유일의 SiC(탄화규소) 전력 반도체 생산업체인 예스파워테크닉스에 268억원을 투자하여 지분 33.6%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메리츠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2021년 파운드리 설비투자액이 11조원, 메모리반도체 분야 2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주요 경쟁사인 대만 TMSC가 올해 최대 280억달러(30조7740억원)을 신규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관측에서다.

이와 관련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CFO)은 지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보유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올해 사업확장에 주력하겠다 말했다.

정부도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기업벤처기업부는 1일 열린 혁신성장 회의에서 "전력 반도체, 차세대 센서, 인공지능 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유망 분야 육성을 위해 총 25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지원에 착수한다"고 했다.

한편, 한국 시장의 경쟁력을 의식한 듯 뉴퍼 SIA 회장은 이날 "올해는 미 연방 정부가 국내 칩 제조와 연구에 대해 아낌없이 지원하여 자국이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반도체 시장의 자국화를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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