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덴마크 등 주요국, 전세계 통용 가능한 '증명서' 만들기 돌입
국내 백신접종 2월 말 시작...항공·여행업 살리기 위해 관련 논의 시작해야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미국 등 전세계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 여권 혹은 백신 접종 증명서 도입 논의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항공·여행업을 살리기 위해 전 세계가 ‘백신 여권’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외로 출장·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관련 사업장들이 폐업 수순에 들어가는 등 업계 생존이 절체절명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선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백신 접종도 국제사회보다 한 발 늦었다는 비판에 이어, 여권 개발에 외교적 합의까지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국제사회 "백신여권 도입하자" 한 목소리...자국 내 활용법도 모색

주요외신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주요국들은 백신 여권 도입에 본격 돌입한 모양새다.

여객 수요가 절실해진 전 세계 항공업계는 접종 사실을 증빙해줄 백신 여권을 통해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이 가시화 되야 한다는 주장에 방역당국과 정부들이 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아이슬란드 정부는 세계 최초로 접종자들에게 백신 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해당 증명서는 아직 국제적으로 통용되진 않지만 유럽 각국의 정부들과의 합의를 거쳐 증명서를 소지한 여행자들의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덴마크도 내달 중으로 백신 여권을 출시할 예정이다.

3일 모르텐 보드스코프 덴마크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선 이달 말까지 간단한 형태의 여권을 출시해 백신접종 여부를 증명할 생각”이라며 “3~4개월 내 출장 등에 쓰이는 디지털 코로나19 여권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는 초기에 출시한 여권을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여권 소지자들에게 식당, 음악회, 스포츠 행사 등 집단 모임을 허용하는 등 일부 방역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침이 일부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차 봉쇄에 들어간 덴마크는 일부 필수업종 외엔 대다수의 소매점을 폐쇄한 상태다.

모르텐 뵈드스코프 덴마크 재무장관(가운데)이 지난 3일 기업인들과 함께 코로나19 전자여권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모르텐 뵈드스코프 덴마크 재무장관(가운데)이 지난 3일 기업인들과 함께 코로나19 전자여권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은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이들에게 ‘녹색 여권(green passport)’를 지급하고 있다. 여권 소지자는 해외 방문 시 자가격리를 면제받고 각종 문화행사와 스포츠 관람, 식당 이용 등이 자유로워진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21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예방접종 인증’을 만들라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명칭만 다를 뿐 사실상 백신 여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국제사회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즈는 “많은 국가에서 해외 방문자에게 음성 테스트를 증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백신 여권이 이에 용이하게 활용될 것”이라며 “백신 여권이 관광사업을 재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논의를 시작한 해외국들은 현재 백신 증명서 및 여권 등 백신접종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할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차별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부적인 사항도 점검하고 있다.

◇ 백신 여권 시기상조?...'접종 격차'가 '교류 격차'로 번져선 안 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아직까지 관련 논의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백신접종 세부계획을 밝히며 3월 이후 '접종 증명서'를 발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해외국에서도 백신 여권 관련 국가 간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국내 도입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여권을 만들기 위해선 여러 외교적 협의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미 백신 접종에서 한 차례 격차가 벌어졌는데, 국가 간 교류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여권' 개발에서도 뒤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럽연합(EU)과 이스라엘은 백신 여권을 검토 중이고, 아이슬란드는 이미 지난달 코로나 백신접종 증명서를 발부하기 시작했다”며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가진 다른 나라 국민들이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때에도 우리 국민들은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생겼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만 국내에서도 곧 우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해외 제조사들의 제품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것이기 때문에, 관련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경제의 큰 주축돌 역할을 했던 항공업과 여행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선 하루 빨리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집계된 국내 공항 이용객 감소수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국 15개 공항 이용객 수는 6502만7063명으로 전년보다 58.8% 감소했다. 

공항 이용객 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에서 퇴사한 A씨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여행업이 맥 없이 주저앉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국제사회와 협의를 거쳐 국내에도 실효성 있는 백신 여권이 도입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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