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직계열화 덕분이지만 부족현상 장기화 땐 장담 못해

현대차 생산라인에서 로봇들이 차체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차 유튜브 캡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완성차 업계가 새로운 고민거리에 직면했다.

폴크스바겐, 도요타에 이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를 다투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을 발표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의 파장이 심상찮다.

르노는 지난 5일(현지시간) 르노는 "프랑스 공장 한 곳과 모로코·루마니아 공장에서 며칠 동안 차량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르노삼성은 7일 “재고가 많이 남아있고 일단 2월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GM은 지난 3일 부평2공장의 일일 생산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미국 제네럴모터스(GM) 본사 차원에서 반도체가 들어간 부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차는 당장은 다른 글로벌 완성차처럼 감산 체제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독일 인피니온, 일본 르네사스, 스위스 ST마이크로 같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의 생산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최근 생산되는 차들은 전자화 되면서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 개수가 점점 늘고 있는데 기존 반도체 회사들의 생산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이번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 등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부족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ST마이크론이나 네덜란드 NXP 등은 차량용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생산은 TSMC 등에 맡기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직접 생산도 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30~40나노미터(㎚·10만분의 1m) 공정에서 충분히 생산할 수 있어,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제품에 탑재하는 10㎚ 이하 반도체보다 양산이 쉽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빅 5' 완성차 업체 (도요타, 폴크스바겐, 르노-닛산, GM, 현대·기아) 중 생산 차질을 빚지 않은 곳은 현대차만 남게 됐다.

기아차는 지난달 27일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는 생산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3~6개월분의 재고가 준비된 상황은 아니다"고 밝혀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들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가 들어간 주요 부품의 경우, 최소 1~2개월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벌어졌던 중국발 '와이어링 하네스'(차량용 전선묶음) 부족 사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2000년대 들어 브레이크·변속기 등에서 유압식 장비 대신 전자식 장비를 도입했기 때문에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반도체 수급에 선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다.

또 현대오트론 같은 계열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를 시작했다.

국내에는 DB하이텍·SK하이닉스시스템IC 등 차량용 칩 생산에 알맞은 파운드리 팹도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대차가 반도체 분야에서도 수직계열화를 이룸으로써 최근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서 조금 자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수급사태가 오는 6월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차가 그 때까지 견딜 수 있을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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