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비트코인 15억달러 투자 소식에 '5000선' 뚫을 기세
금융당국 규제·테슬라 기업가치 변동 등 예측불가능한 악재 닥칠 수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15억달러를 투자했고, 자사가 생산하는 전기차를 화폐 대신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나는 다시 일하러 간다(back to work I go)”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화려하게 트위터 활동을 재개한지 며칠 만에 금융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테슬라가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을 투자했고, 자사가 생산하는 모델Y 같은 전기차를 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받고 팔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9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런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날 오전 8시28분 기준 비트코인 1개 값은 전날보다 7.27% 오른 4917만1000원에 거래됐다. 이에 조만간 5000선을 뚫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일명 ‘팬덤 이코노미(경제)’가 금융시장을 쥐어 흔들고 있다며, 머스크에게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이 그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행보가 최근 들어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머스크 "비트코인 좋다"는 말에 금융시장 '출렁'

머스크를 따라가는 테슬람(teslam·테슬라와 종교 이슬람의 합성어)들이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에 움직이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일으키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머스크는 최근 오디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나와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며 “비트코인을 지금 시점에서 봤을 때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있은 이후 지난 1월 30일 비트코인 가격은 약 13.7%, 이더리움 가격은 약 17%까지 올랐다.

지난 4일에는 ‘장난 삼아 만들어진’ 암호화폐 도지코인을 지지하는 트윗을 올리자, 7일(현지시간) 도지코인 가격이 일주일만에 2.5센트에서 8.3센트까지 올랐다. 전날 대비 하루만에 42%의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거래량은 약 169억달러(약 18조8600억원)에 달한다.

해외 주식투자 커뮤니티 '레딧'에선 일론 머스크 CEO의 애칭인 '파파 머스크(papa musk)'를 키워드로 단 게시글들이 쉬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사진=reddit 사이트 캡처]

일전에 미국의 모델 패리스 힐튼,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 등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거나 관련 사업을 진행했을 때에도 이러한 여파를 낳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은 꽤나 이례적이다.

그만큼 머스크의 영향력이 대중들 사이로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회원들은 머스크를 '파파 머스크(papa musk)'란 애칭으로 부르며 테슬라 뿐만 아니라 머스크 자체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내비치고 있다.

◇ 美규제당국 제재·기업가치 불투명...팬덤 경제가 낳을 악재

다만 일각에선 팬덤 경제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을 자동차 결제 대금으로 인정해 미국 달러화를 대체하려 한다면 규제당국이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사람의 말 한 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금융시장을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험요소가 큰 상황이다.

또한 머스크의 행동이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 증권거래사 TD아메리트레이드의 한 시장전략가는 "테슬라는 오랜기간 업계에서 '기술기업'으로 여겨졌다"며 "그러나 이제 테슬라를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때 테슬라 주가가 영향을 준 것인지, 혹은 투자를 할 때 자동차 생산량 전망에만 의존해도 괜찮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한편, 테슬라 다음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 다음 타자는 '애플'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애플은 전 세계에 이미 15억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을 거느리고 있어 팬덤 이코노미를 실현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은 이날 고객들에게 서한을 보내며 "애플카 대신 애플 암호화폐 거래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플은 전기차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더 승산이 있다"며 "애플이 (아이폰에 장착된 애플 월렛을 이용해 암호화폐 거래 사업을 시작하면 즉각 시장 점유율을 높여 기존 산업을 교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카 생산이 장기적인 측면에선 유리할 수 있으나, 업계 선두주자인 테슬라와 맞붙기 위해선 이미 있는 아이템을 활용하는 게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애플은 수년간 월렛 앱을 확장해왔고, 2019년엔 애플카드로 금융서비스 진출을 선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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