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들의 기부클럽에 선언..."우리 자식들에게 주는 최고의 유산될 것"
"부를 나눌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나"...교육불평등 문제해결·문화예술 지원 등 계획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봉진 의장 부부. [사진=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 캡처]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봉진 의장 부부. [사진=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 캡처]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부부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서약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이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자산이 10억달러(약 1조1065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김 의장이 기부할 금액은 최소 5500억원 이상이다. 

김 의장은 기빙플레지 첫 한국인 가입자가 됐다.

김 의장은 18일 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공개된 기부 서약서에서 "저와 저의 아내 설보미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선언합니다"라며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2017년 페이스북을 통해 100억원을 3년 안에 환원하겠다는 기부 서약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켰다"며 "그 과정에서 인생의 행복과 보람을 경험했고, 심지어 이를 통해 사업을 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도 했다.

실제 그는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한 뒤 사랑의 열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학교 등에 총 100억3100만원을 기부하며 약속을 지켰다.

향후 교육 불평등 해소 등에 기부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과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부 문화를 저해하는 인식적, 제도적 문제 개선에 힘을 보태고, 향후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며 "그렇게 누군가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시길 바란다"고 다른 이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한편,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시작한 자발적 기부 운동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회원 간의 도덕적 약속과 선언의 형태로 이뤄진다.

더기빙플레지의 회원 75%는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앨런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기부 선언을 했다.

더기빙플레지는 기부자의 의지와 진정성, 평판 조회 등 까다로운 자격 심사 절차를 거쳐 참여자를 뽑는다.

김 의장은 지난해 10월 재산 기부에 대한 뜻을 굳히고, 수개월에 걸친 가입 절차를 통해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김 의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 세계에서는 219번째 더기빙플레지의 기부자가 됐다. 

더기빙플레지 회원 명단에 올라온 김봉진 의장 부부. [사진=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 캡처]
더기빙플레지 회원 명단에 올라온 김봉진 의장 부부. [사진=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 캡처]

<전문> 김봉민 의장이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올린 기부 선언문


안녕하세요 김봉진, 설보미입니다. 우선 빌게이츠와 워런버핏 그리고 앞선 218분의 기부선언자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수많은 창업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 의해 계속 이어져야 하며 그 이야기를 잇는 사람 중 한 명이 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저의 아내 설보미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선언합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자녀들 한나, 주아도 이 결정에 동의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심지어 위 사진은 한나가 찍어준 사진입니다. 그리고 셋째 다니엘은 아직 두 살이라 설명이 불가능해 훗날 자라면 누나들과 잘 설득해 보겠습니다. :-) )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기부서약은 제가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에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페이스북을 통해 100억원을 3년 안에 환원하겠다는 기부 서약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행복과 보람을 경험했고, 심지어 이를 통해 사업을 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며, 기부 과정의 실무적인 어려움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우리 부부는 앞으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그리고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부 문화를 저해하는 인식적, 제도적 문제들을 개선하는데도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합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예상수명보다 훨씬 더 많이 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지금 모든 계획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거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지금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스타트업을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러 방식의 기부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도전과 실패를 통해 지속적으로 배워나갈 것이며, 그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요.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누군가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봉진, 설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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