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을 시작으로 중견게임·IT사들도 동참...여력없는 중소기업들은 `인력유출'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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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넥슨이 쏘아올린 800만원 연봉인상안 공이 국내 게임·IT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마블과 같은 대형 게임사는 물론 게임빌·컴투스, 크래프톤과 조이시티, 베스타 등 중견게임사들도 연봉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연봉이 올라가면서 기술력을 갖춘 종사자들과 미래 인재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규모가 작거나 형편이 어려운 중견사와 스타트업은 인력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표준으로 자리잡은 인상안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넥슨이 개발직군 직원 연봉 일괄 800만원 인상을 발표하면서 한달만에 게임·IT기업들이 연봉 인상 릴레이에 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넥슨이 인재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공채 기간을 앞두고 우수 인력들이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같은달 10일에는 넷마블이 전직원들의 연봉을 일괄 800만원씩 인상하며 넥슨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했다.

게임빌·컴투스도 발맞춰 전직원 연봉을 평균 80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이보다 파격적으로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각각 2000만원, 150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이시티와 베스파도 전직원 연봉을 각각 1000만원, 1200만원씩 올리면서 인력 시장 경쟁에 참여했다.

특히 베스파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도 1000만원대의 인상안을 발표해 업계 내 치열한 경쟁을 반증했다. 

아직까지 인상안을 발표하지 않은 엔씨소프트 또한 이와 관련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오는 3월 연봉 협상 기간 중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T·게임 업체가 모여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사진=연합뉴스]
IT·게임 업체가 모여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사진=연합뉴스]

◇ "성장의 마중물" vs "인력양극화"

이러한 연봉인상의 흐름을 놓고 업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게임·IT 업계에서 종사자들은 처우가 개선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봉 인상은 물론 종사자들의 복지와 사내 환경 개선에도 기업들이 적극 나서면서 기존 종사자들의 업무 효율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그동안 게임·IT업계와 관련해 실적에 비해 연봉이 낮다는 인식이 이번 일을 계기로 전환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IT 관계자는 "연봉이 올라간다는것은 그만큼 업무능력와 가치를 우수하게 평가해준 것"이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IT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인력이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업계의 특성상 새로운 인재를 확보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연봉인상이 신작·서비스의 흥행과 실적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면 그 피해가 기업뿐 아니라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대형업체로 인재가 집중되고 중견·스타트업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인력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베스파는 연봉 인상을 결정과 관련해 고민이 컸다는 후문이다. 

넥슨처럼 큰 수익을 내는 회사처럼 연봉을 인상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견게임사 관계자는 "이미 올해 연봉 협상은 끝난 상태이긴 하지만 넥슨에서 시작된 연봉 인상안을 중견게임사 입장에서 따라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견기업들의 경쟁상대는 대형 게임업계만이 아니다"며 "IT업계에서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봉을 올리는 상황에서 인력 확보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소 게임사들은 자금력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고급 인력 유출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며 "업계 내 인력 확보에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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