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자체기사, 편집자 없는 3무 뉴스 플랫폼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21세기의 트렌드인 4차 산업의 발흥은 미디어 산업에 있어서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대신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렇게 단언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

당연히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 바닥에 들어가 성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끔찍한 레드 오션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생존의 헤엄을 치려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이럴 경우는 만에 하나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해야 한다.

성공하는 것이 매우 희귀한 케이스라는 말도 된다.

2012년 3월 중국판 유튜브인 틱톡의 모기업 베이징쯔제탸오둥(北京字節跳動. 영문명 바이트댄스)에 의해 설립된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오늘의 헤드라인)는 바로 이런 희귀한 케이스가 아닌가 보인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필두로 하는 오프라인 권위지, 신랑(新浪) 등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통계를 살펴보면 진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우선 하루 평균 독자가 1억5000만명 전후에 이른다.

이들이 평균 머무르는 시간 역시 놀랍다.

하루 평균 80 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 역시 경악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평균 30만 개를 헤아린다.

하루 평균 조회 수 30억 뷰, 앱 다운로드 8억 건, 누적 이용자수 9억 명 등의 기록은 거의 덤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중국인들은 거의 한 번 정도는 진르터우탸오를 봤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런 현실에서 매출이 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창업 초기 1억5000만 위안(元. 260억 원) 남짓에서 2020년에 200억 위안 전후로 증가했다.

7∼8년 만에 무려 130배 이상이나 늘어난 것이다.

기업 가치가 1500억 위안 전후에 이른다는 분석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 업계의 고래라는 평가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엄청난 미디어 기업이라면 기자들이 많지 않겠느냐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진르터우탸오에는 기자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니 자체 생산 기사도 있을 턱이 없다.

편집자 역시 존재의 의미가 없다.

한마디로 3무(無)의 뉴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서비스할까 하는 의문이 들어야 한다.

간단하다. 5000개 전후의 콘텐츠 생산 회사, 70만 명을 넘는다는 1인 미디어, 수십만 개에 이르는 기업 및 단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무려 30만 개 이상의 콘텐츠를 양산하는 기자들이라는 말이 된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진르터우탸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편집국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괜찮을 것 같다.

편집국장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2017년부터 본격화한 첸런완위안 프로젝트 출범식 전경. 1000명이 1개월에 1만 위안씩 받고 1인당 100만 클릭을 달성하는 것이 계약 조건이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진르터우탸오는 단순히 동업자들에게 플랫폼만 열어놓고 있지는 않다.

우수한 콘텐츠 생산을 위해 대대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2017년 9월과 12월에 각각 10억 위안, 12억 위안 규모의 제작 보조금 지원 계획을 발표한 것은 바로 이 파격적 행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첸런완위안(千人萬元)’ 프로젝트 역시 거론해야 한다.

무수히 많은 동업자들 중에서 1000명을 선정해 매달 1만 위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콘텐츠의 질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관련, 차이나데일리의 추위(邱宇) 기자는 “내 주위의 기자들도 익명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잘 하면 거의 1년 내내 할 수 있다. 이 경우 연봉보다 더 버는 것이 가능하다. 당연히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들의 수준은 보장이 된다.”면서 ‘첸런완위안’ 프로젝트의 위력을 설명했다.

진르터우탸오가 ‘제3세대 미디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성장한 것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자주 읽은 콘텐츠를 통한 기호와 취향 분석을 꼽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큐레이팅하는 것이다.

이때 중국판 블로그인 웨이보(微博)나 메신저 QQ, 웨이신(微信. 영문명 위챗) 등을 비롯한 독자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내역도 참고가 된다.

베이징 즈춘리(知春里)에 자리잡은 진르터우탸오 본사. 악재만 만나지 않으면 세계적 종합 ICT 서비스 업체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제공=신징바오.

이들 컨텐츠들이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수시로 제공된다는 사실 역시 거론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이 경우 독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연령, 성별, 직업 등도 고려 대상이 된다.

완전히 입맛에 딱 맞는 뉴스를 보내주는데 읽지 않을 까닭이 없는 것이다.

홈페이지나 웹페이지의 스크롤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독자들을 오랫동안 붙잡는 전략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기존의 다른 언론과는 확실히 차별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

광고가 경쟁적으로 붙는 것은 기본에 속한다. 단가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진르터우탸오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몸집을 늘려가고 있다.

‘터우탸오 창작 공간’을 마련해 동업자들에게 제공한다거나 스타트업 업체에 투자하는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기에 인도 최대의 콘텐츠 플랫폼 데일리헌터, 미국 모바일 영상 제작 업체 플리파그램 등을 잇따라 인수한 것까지 더하면 향후 단순히 미디어 업계의 공룡으로만 남으라는 법이 없을 것 같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공룡 텅쉰(騰訊. 영문명 텐센트)이 위협을 느낀 나머지 수년전 진르터우탸오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한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뉴스를 비롯해 각종 정보 및 광고 등으로 대별되는 콘텐츠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종합 ICT 서비스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내공을 축적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진르터우탸오의 앞길에 꽃길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콘텐츠 생산과 편집에 개입하지 않는 원칙으로 인한 부작용이 종종 대형 사고로 연결되는 현실이 향후의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난 8년 동안 불량 콘텐츠를 비롯해 성인 포르노나 폭력, 테러리즘 관련 영상들이 수차례 문제가 됐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한다.

여기에 당국의 규제 강화와 잠재적인 경쟁자들인 ICT 업계 공룡들의 견제와 공세도 진르터우탸오로서는 어떻게든 극복을 해야 한다.

범람하는 가짜 및 표절 콘텐츠의 범람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 역시 간단치 않은 부담이 아닌가 보인다.

하지만 모기업을 능가하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역시 좌고우면하지 않는 직진 외의 선택지는 없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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