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법부터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사건 언급, 조국 가족비리 문제 2년째 거론
북·중 대상 기자회견서 매서운 비판 쏟아내...미 국무부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만들 것"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2020 인권실천에 관한 국가 보고서'를 발표하며 "45번째 연례 보고서를 내고 우리의 외교 정책 중심에 인권을 놓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내놓은 '2020 국가별 인권 보고서'는 북한과 중국 등을 겨냥한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 보호' 기조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날 한국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한국 인권 이슈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뿐만 아니라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든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문제, 그리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문제를 언급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인권 보고서 중 '한국 편'에 따르면, 한국의 중대한 인권문제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등 표현의 자유 제한 ▲부패 ▲형사상 명예훼손법의 존립 ▲군대 내 동성애 범죄화 법률 등이 꼽혔다.

특히 가장 문제로 꼽힌 것은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이다.

보고서는 "(해당 법에 대해) 통일부가 남북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인권론자들과 야당 정치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라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정부에 개정을 통해 제기될 인권 문제들을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명시했다.

통일부가 지난해 7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NGO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에 대한 운영허가를 취소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에 보고서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정부가) 운동가들과 탈북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북한의 인권유린 및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또한 '차별, 사회적 학대, 인신매매' 부문에서는 박원순과 오거든 전 시장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에는 "성희롱은 한국의 중대한 사회 문제"라며 "공직자와 관련된 사건이 1년 내내 언론에 보도되는 등 성희롱 의혹이 수없이 제기됐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사건 개요까지도 기재됐다.

'정부의 부패와 투명성 결여' 항목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2년 연속 거론됐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의 부동산 자산 문제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자금 유용 사건 등도 언급됐다.

이 밖에 여성 성착취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과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의 이름도 줄지어 등장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법은 언론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제공하고 정부가 대체로 이 권리를 존중했다"면서도 "국가보안법과 다른 법, 헌법 조항에 대한 해석과 실행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다"라고 총평했다.

2020년 국무부 인권 보고서 표제. [사진=국무부 웹사이트 캡처/연합뉴스]

이날 미 국무부는 북한과 중국 등의 국가를 대상으로는 보고서 뿐만 아니라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매서운 비판을 쏟아냈다.

리사 피터슨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은 이날 보고서 발표를 기념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세계 최악 중 하나인 북한의 지독한 인권(침해) 기록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북한 정부가 계속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무부는 현재 범정부적으로 대북 정책 검토 과정을 진행 중이며, 인권은 북한 정부를 향한 우리의 전체적 정책에 필수적 요소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편 보고서 자체는 2019년 보고서와 내용 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었지만, 북한 보안부대가 수많은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고, 당국에 의한 불법적이거나 임의적인 살해 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재차 강조됐다.

중국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북한을 언급하는 대신 중국과 미얀마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늘 공개된 보고서는 인권 동향이 계속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중국 신장의 집단학살을 예로 들었다.

블링컨 장관은 보고서 서문에서도 "2020년 잔혹한 상황 속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계속 고통받았다"라며 중국 등지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 실태를 지적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 내용에 따라 국제사회를 향한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 보호 기조는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보고서 서문에서 "우리는 더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향해 노력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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