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이화동에 위치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사장 윤영달)에 예술활동증명 상담 안내판이 보인다.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에 위치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사장 윤영달)에 예술활동증명 상담 안내판이 보인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어 장기화됨에 따라 자영업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연극, 음악, 국악 등의 공연 예술인들의 처지는 더욱 힘들다.

집합금지에 따라 공연 자체가 없거나 있다 해도 소수 인원만 입장시키다 보니, 이들 예술인들이 생계를 이어가기가 막막해진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계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 추정치는 1조 5717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공연업계다.

2021년 1월 기준 매출액은 37억 원으로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20년 1월 407억원과 비교하면 10%에도 이르지 못한다.

반토막도 아닌 10분의 1로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 거주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중위소득 120% 이하인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3월 31일부터 4월 13일까지 해당 자치구에서 신청을 받아 5월 중순에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00만 원은 가진 자에겐 큰돈이 아닐지 몰라도 가난한 공연 예술인에게는 가뭄에 단비보다 더 반가운 생명수다.

그렇기에 공연 예술인들의 재난지원금에 대한 호응은 매우 크다.

서울시의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사장 윤영달)에서 발급하는 ‘예술활동증명확인서’가 꼭 있어야 한다.

예술인이면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말이지만, 이 증명서를 발급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큰 문제가 있다.

2021년 3월 현재 예술인활동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으로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예술인들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모두 등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예술인 등록을 먼저 해야 예술인활동증명서를 발급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 등록을 신청하면 10주에서 15주가 지나야 예술인활동증명서를 발급해준다.

그러니까 공고를 보고 재난지원금을 발급받기 위해 예술인 등록을 하면, 신청마감일인 4월 13일까지 예술인활동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신규 신청자도 난감하지만, 복지재단의 예술인 자격 갱신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예술원복지재단의 예술인 자격은 3년간만 유효해, 3년이 지나면 갱신하여야 한다.

왜 이런 황당한 규정을 만들어 놓았는가 하면, 한국예술원복지재단은 예술인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예술활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 예술인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혜택을 받을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기에 맞추어 갱신하여 자격을 갖추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다.

중견 국악인 A씨는 2014년 예술인 자격을 얻었지만 그게 아무 쓸모도 없어 2017년 만료가 된 이후에도 갱신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월 초 서울시에서 예술인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며, 그 자격 조건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신청을 했다.

하지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문자를 받고 A씨는 절망에 빠졌다.

10주에서 15주가 지나야 증명이 된다는 답신을 받았던 것이다.

3월 초에 신청했지만 10주가 지나면 5월 중순이 된다.

신청 마감일이 4월 13일이므로 이미 신청일이 지나버리는 것이다.

A씨에게 온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안내 메시지. 10주에서 15주가 걸린다고 한다.
A씨에게 온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안내 메시지. 10주에서 15주가 걸린다고 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책기획팀 김수진(홍보담당)씨는 1일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작년 말부터 갑자기 신청인이 폭주해서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 복지재단으로서는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술인 활동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외부 심의위원들의 심의절차도 있어야 하기에 더욱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예술인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주에 사는 B시인은 2020년 11월 초에 신청했는데 올 2월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등록하는데 신청 후 12주나 걸린 것이다.

그 동안에 5개월의 시간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늦장 행정은 전혀 시정되지 않은 채 이번 서울시 지원금 지급 상황을 맞은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억울하고, 중위소득 120%에도 못 미쳐서 억울하고, 한국복지재단의 업무처리가 늦어 재난지원금마저 못 타니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하겠는가.

이런 억울한 민원을 발생시키지 않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이 신청일인 3월 31일까지 접수한 예술인 활동증명은 최대한 빨리 심의해서 마감일 4월 13일 이전, 적어도 3, 4일의 시간을 시간은 주어야 하니 4월 10일 정도까지 증명서를 발급할 것.

둘째 서울시에서 이런 억울한 사람을 발생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4월 13일 이후 한차례 더 재난지원금 신청을 받아주는 것이다.

서울시의 예술인재난지원금 주무부처인 문화본부 문화예술과 홍우석 예술정책팀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며, 앞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정책이 더욱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문화예술인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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