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2023년부터 최장 2051년까지 배출
현지 어민 반발…한국·중국 안전성 등 우려...美 "국제 안전기준 부합"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일본은 방사성 물질을 법정 기준치 이하로 희석시켜 2년 후인 2023년부터 배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25만t이 넘는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구상에 대해 현지 어민은 물론 주변국들이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3일 오전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처리수의 처분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를 실시하는 데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이를 위해 오늘 안전성을 확보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풍평대책'을 철저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해양 방출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풍평대책이란 오염수의 해양 방출로 인해 후쿠시마산 수산물 구입을 꺼리는 등 주변 지역 주민들이 입는 피해를 대비한 대책을 의미한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고가 난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돼 매일 140t의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처리해 방사능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한 뒤 제1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현재 부지 내 보관된 오염수의 양은 약 125만t으로 탱크 약 1000기분에 달한다.

다만 ALPS 처리 후에도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해당 오염수에 물을 섞어 트리튬의 농도를 법정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뒤 원전 폐로 완료 기한인 2041~2051년까지 나누어 배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승인 등이 필요하므로 실제 방출까지는 2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현지 지자체와 수산업자 등이 참여해 해양 방류 전후 트리튬 농도 등을 감시하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협력하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국내외에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지 어민들과 시민단체, 주변국 등은 해양 방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일본 현지 어업 관계자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바다에 흘리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말하지만, 오염수의 안전성이 국내외의 이해를 동반하지 않은 상황에서 풍평피해는 발생하기 마련"이라면서 "정부는 풍평대책을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아 신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전국어업협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와 논의는 진행했지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대학의 코야마 료타 교수는 "(일본)국민들 사이에서는 오염수가 어떤 것이고 어떤 처분 방법이 검토돼 왔지 등 오염수 문제 자체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며 "국민적인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후쿠시마현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단체인 '평화와 평등을 지키는 민주주의 행동'(DAPPE) 또한 전날 JR후쿠시마역 앞에서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베이징 AP/연합뉴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베이징 AP/연합뉴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주변국가를 비롯한 세계 24개국의 311개 단체가 해양 방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전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향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주변 환경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일본 측의 방류 결정 및 관련 절차 진행 과정을 지속 예의주시하고, IAEA 등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해 지속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같은 날 "국제 공공 이익과 중국 인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중국은 이미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고 일본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후쿠시마 원전의 폐수 처리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요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후쿠시마 원전 폐수 문제를 잘 처리하는 것이 국제 공공 이익은 물론 주변국의 이익과도 관련돼있다"면서 "해양 환경과 식품, 인류 건강에 가져올 피해를 효과적으로 막아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할 뿐 아니라 투명하게 의사를 결정했다"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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