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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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지난 번 얘기한 바와 같이 오늘과 다음 회차 글까지는 행동경제학을 실제로 잘 활용하는 기업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우선 경영학에서 행동경제학을 제일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마케팅과 조직 분야이다.

마케팅의 중심이 이미 생산품에서 소비자로 넘어가면서 고객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지는 꽤 오래 되었다.

대량의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이 도입된 이후, 고객의 심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활동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고, 고객의 마음은 뇌로부터 비롯된다는 지식을 기반으로 fMRI (Functionam MRI)로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를 통해 고객 잠재의식까지 들춰내서 활용하자는 뉴로 마케팅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미 마케팅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소비자 행동론’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행동경제학 이론의 일부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행동경제학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른 한 분야는 기업의 조직 분야이다.

기업의 조직 자체가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기존 기업의 완전한 합리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마치와 사이먼 (March & Simon)의 조직이론에서 출발하여 '기업 행동이론'(Behavioral Theory of the Firm, 행동주의 기업이론이라고도 함) 등을 거치면서 행동경제학의 함의와 접목된 연구들이 꾸준하게 진행되어 왔다.

이는 주로 ‘제한된 합리성’이란 개념을 주장했던 허버트사이먼이 카네기 대학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가르치며 동료와 후배 학자에게 영향을 끼친 이론으로 열망 수준 (Aspiration level) 등을 핵심 개념으로 삼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행동경제학을 기업 조직을 변모시키는데 적용한 사례는 거의 없지만, 지난 번 소개했던 BIT (행동과학팀, 영국) 또한 기업 혹은 기관의 조직에 관한 많은 실제 실험 연구를 진행했었다.

그러면, 행동경제학을 잘 활용하는 기업들은 어떤 기업일까?

우선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고객들이 대한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한 빅테크 기업들이 일순위이다.

먼저 우리가 매일 수십 번씩 들락날락하는 검색사이트를 생각해보자.

한국에서는 네이버나 다음이 대표적이고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는 구글이다.

우리가 사이트 첫 화면을 보고 있으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배경색과 메뉴 구성이다.

우리가 검색사이트의 최고의사결정자나 혹은 담당책임자라고 한다면 배경을 초록색으로 할지, 노란색으로 할지 아니면 구글처럼 그냥 백색으로 할지 등에 대해서 머리를 싸매거나 메인 메뉴를 조금 바꿔볼까 하는 고민을 매일같이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담당자라면 배경 색의 선호에 따라 혹은 메뉴 구성에 따라 사이트 방문자들의 방문횟수가 달라질 수 있고, 더 심각하게는 검색을 하러 들어왔다가 다음 메뉴로 넘어가지 않고 그냥 사이트에서 나가 버리는, 즉 이탈율이 높아지는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하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검색사이트 기업들은 정말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온라인 상에서도 하루에 수억 건씩의 고객 행동에 대해 관찰할 수가 있다.

덕분에 바탕화면 배경 색을 바꿨을 때 어떤 고객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분석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RCT(Random Controlled test: 무작위 통제실험)라는 실험에 충실해서도 마찬 가지이다.

아무 처치도 하지 않은 대조군과 (배경색을 바꾸지 않은) 처치를 한 실험군 (배경색을 바꾼) 집단이 얼마나 다른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금방 알 수가 있다.

고객이 누구인지를 알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면 행동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사람의 편향, 그리고 조금 바꿨을 뿐인데 사람의 행동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넛지 등을 알아내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바꾸어 말하면 빅테크 기업들, 그 중 플랫폼 기업들은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업에서 얼마나 실험을 하고, 이를 기업 경영에 반영하는지는 외부에서 봐서는 알 수 없다.

결국 실험을 하는 담당 부서나 인사 조직 관리 부서에서 근무하는 기업 내부자와 인터뷰를 통해야지만 어떤 조직에서 실험을 하고 이로부터 나온 인사이트를 어느 정도까지 활용하며, 이를 사내에 어떻게 전파하는지 알 수가 있다.

최근 나온 ‘실험의 힘’ (마이클 루카, 막스 베이저만 공저)이라는 책에 따르면 구글 뿐만 아니라 트립어드바이저, 부킹닷컴 같은 여행 플랫폼들도 매년 수천 건의 실험을 한다고 하는데, 부킹닷컴의 경우 실험을 진행하는 직원이 약 1500명에 이르고 대다수는 경영학과 공학을 전공하고 통계와 실험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었으며 지속적인 사내 교육도 실시한다고 한다.

각 기업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도출된 사례를 몇 가지 더 소개하자면 야후가 광고를 판매할 때 사용하던 경매시스템과 관련한 새로운 규칙들을 실험하고 반영할 결과, 수백만 달러의 추가 이익을 안겨 주었다고 하고 아마존은 실험 결과, 신용카드 등록을 홈페이지에서 쇼핑카트 페이지로 이전하라고 제안 (넛지에 해당)하는 것만으로도 역시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추가적으로 얻었다고 한다.

이 모두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고객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즉 실험이 용이한 빅테크 기업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들이다.

위의 사례는 매일매일 자연스럽게 실험을 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얘기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첫째,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들은 이런 실험을 할까?

둘째, 그럼 온라인 플랫폼 기업 말고는 실험이 불가능할까?

첫 번째에 대한 개인적인 답은 ‘분명히 하고 있다’이다.

다만 이에 대한 연구나 기사가 나온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인지는 내부 직원들만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 학위 과정은 상대적으로 실험의 중요성이 덜 강조되는 바 아마도 조직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에 대한 답은 ‘가능하다’이다.

역시 ‘다만’이라는 말을 붙여서 설명하자면 실험 집단을 뽑아서 진행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서 용이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에 대한 효과를 고려한다면 어설프게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다는 점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장.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장.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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