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신동빈 등 2세 총수가 다수...창업 1세는 카카오·넥슨 등 IT 분야에 포진
여성은 이명희 신세계·장영신 애경 회장 등 2명에 그쳐..."남성중심 경영승계 여전"
셀트리온 친인척 계열사 주식 보유 52명으로 '1위'...넷마블·한국투자금융은 '0명'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55개 대기업 집단(그룹)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창업 2세 경영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 대상 그룹 총수를 카테고리로 분류하자 60대와 고려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남성 총수는 53명에 달하는 반면 여성은 2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총수 친족이 해당 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사례가 600명에 달하는 가운데, 셀트리온 친인척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55개 대기업 집단 총수 현황'을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이 도출됐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020년 5월 포함시킨 64개 공시대상 대기업 집단 중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55곳이다.

먼저 조사 결과에 따르면 55명 총수를 세대별로 분석한 결과 '창업 2세 경영자' 수는 22명으로 조사 대상자 중 가장 많았다.

창업 1세대 총수는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GIO, 김정주 넥슨 대표이사,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3세 및 4세 경영자는 각각 11명, 2명으로 파악됐다. 구광모 LG 회장과 박정원 두산 회장은 창업 4세 총수에 분류됐다.

조사 대상 총수들 가운데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이는 3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명예회장(7명), 부회장(2명), 이사회 의장(2명) 등의 타이틀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별화된 직함을 쓰고 있는 총수로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및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꼽혔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경우에는 계열사 임원을 따로 맡고 있지 않고 아산재단 이사장 직함을 별도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해당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에서라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총수는 27명으로 조사 대상의 4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이사이면서 회장 직위를 동시에 사용하는 그룹 총수는 25명(45.5%)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CXO연구소는 "계열사에서 CEO 역할을 하고 있는 동일인이 55명 중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각종 권한과 지위를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피해가려는 그룹 총수가 두 명 중 한 명 꼴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자료=한국CXO연구소]

조사 대상 총수의 평균 연령은 67.9세로, 이중 60대가 21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70대(13명), 50대(10명), 80대(9명) 순으로 그 뒤를 따랐다.

조원태(47세) 한진 회장과 구광모(44세) LG 회장은 40대로 국내 총수 중 '젊은 피'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그룹 총수들이 나온 대학을 학부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고려대학교 출신이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대(11명), 연세대(4명), 건국대·한양대(각 2명) 순이었다.

전공은 경영학도 출신이 18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경제학(8명), 건축공학(3명) 출신 총수들이 그 뒤를 따랐다.

단일 학과별 대학 중에서는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허창수 GS건설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윤 삼양 회장, 정몽원 한라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총수 55명 중 남성은 53명으로 96.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총수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장영신 애경 회장 등 2명에 그쳤다.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그룹도 장자와 아들 중심으로 경영 승계가 이뤄지다보니 여성이 그룹 수장까지 오를 수 있는 환경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자료=한국CXO연구소]

한편 이번 조사 대상 55개 그룹 집단 중 6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을 포함한 총수의 친족들이 해당 그룹 계열사에서 주식을 보유한 인원은 모두 580명이다.

이 중에서도 서정진 명예회장의 친족 52명이 셀트리온 그룹 계열사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그룹 총수 친인척의 약 9%에 해당될 정도로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로 분석된다.

이어 GS(41명), 두산(31명), LS(27명), 삼양(26명), KCC(23명)도 20명 이상 되는 친족들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친인척 중에서는 그 누구도 해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의 친족 중에서도 주식 보유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외 이랜드·장금상선(각 1명), 현대중공업·신세계·아모레퍼시픽·현대백화점·IMM인베스트먼트(각 2명) 그룹 등도 주식을 보유한 친족이 1~2명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넷마블을 비롯해 카카오·네이버·넥슨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IT 그룹들을 친족들이 유의미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적고,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을 맡는 경우도 다른 그룹에 비해 현저히 낮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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