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상옥리 이팝나무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이팝나무는 마을숲 속 ‘현주소가 있는 성황당’ 가까이 살고 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상옥리(上玉里) 이팝나무는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457번지, 상옥2리 당평마을 마을숲 속에 서 있다.

나무 높이 20m, 가슴높이 둘레 3.6m의 상옥리 이팝나무는 소나무 15그루, 느티나무 2그루, 상수리나무 3그루 등과 어울려 아름다운 마을숲을 이루고 있다.

이팝나무 환한 꽃이 피는 마을숲에는 정자와 그네가 있고, 산딸기가 익어가며 꾀꼬리가 운다.

주변 비닐하우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마을숲 속의 소박하고 아담한 서낭당(城隍堂)이다.

시멘트 돌담으로 둘러싸인 흰 벽의 서낭당에는 ‘죽장로 1844번길 43’이라는 푸른색의 주소 명패가 달려있다.

공식적으로 현주소지가 부여된 서낭당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마을의 동신(洞神)과 신목(神木)들이 사는 곳에 명확한 주소가 있는 것이다.

상옥리 이팝나무가 사는 마을숲은 전통적으로 마을숲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가진 최고의 당산 숲이다.

예로부터 상옥리 이팝나무를 여당(女堂)으로 하고, 수령 300년의 송내동 느티나무를 남당(男堂)으로 하여 삼짇날에 산신과 동신에 제사를 지내왔다고 한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죽장면 상옥리에는 마을숲과 더불어 마을공동체 신앙이 잘 살아있는 ‘볏가릿대 세우기’ 풍습이 전해져 온다.

볏가릿대는 세시풍속의 하나인데 낟가릿대, 노적가릿대, 유지방이, 햇대 등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볏가릿대는 정월 대보름 전날에 풍년을 기원하여 갖가지 곡식의 이삭을 볏짚단에 싸서 세우는 장대인 화간(禾竿)이다.

새해에도 오곡이 풍성하여 노적이 마치 볏가릿대와 같은 높이로 쌓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옥2리에서는 가릿대 또는 가리장대라 부르는데 정월 14일에 세우고 2월 영등날에 눕히는데, 풍년 기원과 더불어 이 마을에서는 재액(災厄) 방지 의미가 특별히 강조된다.

다른 지방의 볏가릿대와는 달리 독조(毒鳥)인 짐새를 막기 위한 주술적인 기능을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마을 어르신들에 따르면 “살무사(殺母蛇) 천년에 양두새(兩頭蛇)가 되고, 양두새 천년에 짐새가 되는데, 짐새는 온몸에 독을 품고 있어 사람이 날아가는 이 새의 그늘만 쏘여도 즉사하고, 그늘을 쐰 음식을 먹어도 즉사한다”고 한다.

사람이 원인도 모르게 급사하는 것은 이 새의 그늘을 맞았기 때문이며, 잔칫날 차양(遮陽)을 치는 이유도 짐새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짐새는 2월에 날아다니는데, 불빛과 오색을 싫어하므로 이 새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매년 정월 14일에 초롱과 오색천으로 장식한 장대를 마당에 높이 세웠다고 한다.

90년대 이후부터는 마을회관 앞마당에 공동으로 세우고 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죽장면 상옥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목원인 경상북도수목원이 있으며 상옥 1리, 상옥 2리, 하옥리 3곳을 합쳐 참느리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상옥리는 고산분지에 형성된 마을로서 신라 때부터 숨어든 사람이나 전란을 피해온 사람들, 그리고 화전민들이 정착함으로써 커지게 되었다.

신라 말기 서라벌에서 난을 피해 들어온 고관대작들의 고급주택이 즐비하였으며 한때 1000여 호가 넘었다고 한다.

흔히들 이곳을 ‘오강지두 팔령지하(五江之頭八嶺之下)’라 일컫는다.

형산강, 오십천, 낙동강, 금호강, 곡강 등 다섯 강의 분수령인가 하면 오전령, 통점령, 천장령, 증암령, 천령, 생란령, 만전령 등의 준령을 넘어야 타지로 갈 수 있는 오지였다.

그리하여 예로부터 피난처로는 ‘첫째가 고래요, 둘째는 두마’라고 했는데, 여기서 ‘고래’가 바로 상옥마을을 뜻한다.

상옥은 흔히 옥계(玉溪)라 했으나, 고래 또는 고내라고도 불렀다. 지형이 마치 거대한 고래로 각(刻)을 떠낸 듯한 행주형국(行舟形局)이어서 고래라 불렀다고 한다.

한편 동쪽 산의 모습이 암수 두 마리의 고래를 닮아서 고래라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포항 상옥리 이팝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18-19
·보호수 지정 일자 1992. 9. 14.
·나무 종류 이팝나무
·나이 250년
·나무 높이 20m
·둘레 3.2m
·소재지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457
·위도 36.251312, 경도 129.217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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