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에서 송혜교의 인기는 상상을 불허한다.

지난 세기 김희선이 누렸던 인기 이상 가는 위력을 자랑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송혜교의 이 인기는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녀의 인생작인 ‘태양의 후예’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위상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덕분에 지금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봐야 한다.

이 ‘태양의 후예’는 중국의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OTT) 업계의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아이치이(愛奇藝)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전파를 타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송혜교가 아이치이 임직원들의 뛰어난 안목에 감사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한국에도 적지 않은 회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치이는 2010년 1월 초에 설립됐다.

현재는 세계 최대 중국어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의 자회사로 있다.

하지만 위상은 모기업에 못지않다. 향후의 전망은 더욱 좋다.

아이치이의 히트작 태양의 후예. 중국 내 단독 방영으로 2억 위안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아이치이 홈페이지.

이 밝은 미래는 아이이치가 생산해내고 있는 각종 통계에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우선 매출액을 꼽을 수 있다.

2020년에 290억 위안(元.5조400억 원)을 기록했다.

직원 수 역시 간단치 않다.

2020년에 1만 명 가까이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단순한 OTT 회사가 아닌 것이다.

2018년 2월 말에 입성에 성공한 미 나스닥에서의 시가총액 역시 놀랍다.

현재 무려 109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수년 내에 별로 어렵지 않게 500억 달러 고지를 점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회원 수도 주목해야 한다.

2019년 6월 가볍게 1억 명을 돌파하더니 지금은 2000만 명 정도가 더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텅쉰(騰訊. 영문명 텐센트)비디오를 완전히 따돌린 후 OTT 분야의 세계 최강 넷플릭스의 자리까지 넘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예상으로는 5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이치이가 넷플릭스까지 추월하려는 위세를 떨치게 된 것은 단순히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름의 성공 비결이 있다고 해야 한다.

커머스 사이트인 아이치이몰의 존재를 먼저 꼽아야 할 것 같다.

이를 적절하게 활용, 콘텐츠에 나오는 간접 광고(PPL) 상품을 큐레이션하거나 추천하면서 자체 제작 굿즈를 판매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먹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인징메이(尹敬美) 대표는 “아이치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넷플릭스가 아니다. 디즈니에 더 가깝다고 보면 된다. 콘텐츠와 지식재산(IP)를 활용한 생태계 구축이 핵심 전략으로 봐야 한다.”면서 아이치이의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소재한 아이치이의 본사 건물. 조만간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한류 시장 공략 역시 성공 요인으로 손색이 없다.

이는 ‘태양의 후예’ 단독 방영을 통해 최소 2억 위안의 수익을 챙긴 사실에서도 잘 확인이 된다.

지난해 드라마 ‘지리산’의 해외 판권을 일찌감치 확보한 것은 이로 보면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자사의 첫 한국 오리지널 작품인 ‘간 떨어지는 동거’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인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린 혜안도 꼽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어를 포함해 11개국 언어로 서비스를 하는 현실만 봐도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연초 채용한 인력으로 한국 팀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손색이 없다.

중국은 개혁, 개방 정책 추진 이후 지난 45년여 동안 고도의 경제 성장을 통해 미국을 위협할 G2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문화적 매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 소프트 파워가 세계 30개 주요국 중 27위를 기록했다면 말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실은 중국 정부로서는 정말 참기 어려운 굴욕이라고 해도 좋다.

아이치이 등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밖에 없다.

말할 것도 없이 아이치이의 앞길이 순탄할 수만은 없다.

각종 장애물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무역전쟁으로 인해 야기되고 있는 미국의 대중 압박을 꼽아야 할 것 같다.

더구나 최근 미중 간의 경쟁은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화 평론가 마샹우 런민(人民)대학 교수가 “미국은 아이치이 같은 OTT가 넷플릭스를 넘어서는 꼴을 못 볼 것이다. 만약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싹을 잘라버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이 중국의 플랫폼을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중 정서 역시 아이치이로서는 고민이라고 해야 한다.

만약 극복하지 못할 경우 넷플릭스를 넘어서는 것은 영원한 꿈이 될 수밖에 없다.

짝퉁 콘텐츠에 너무 집착하지 않느냐는 외부의 시선도 아이치이로서는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다른 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최근 갑자기 막을 내린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칭춘유니(靑春有你)’만 봐도 좋다.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아이치이는 콘텐츠들에 PPL이 난무하다는 비판, 개인정보를 판매하지 않느냐는 의혹 등의 문제도 반드시 극복하거나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후자의 문제는 완벽하게 해명하지 않을 경우 회원들의 탈퇴 러시를 불러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여러 문제와 장애에도 아이치이의 더욱 빠른 성장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조만간 텅쉰비디오를 넘어 넷플릭스까지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글로벌 OTT 업계에 아이치이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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