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88.5㎞까지 도달, 약 4분간 '미세 중력' 체험…내년부터 상업 서비스 시작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 20일 우주 비행예고

우주비행을 무사히 마친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영국 버진 갤럭틱 그룹 리처드 브랜슨(70) 회장이 11일(현지시간) 자신이 창업한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선 'VSS 유니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억만장자들의 민간 우주 관광 경쟁이 본 궤도에 오르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VSS 유니티'는 모선인 'VMS 이브'에 실려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이륙했고 1시간 뒤 지상에 무사히 착륙했다.

유니티에는 브랜슨과 버진 갤럭틱 소속 조종사 2명, 임원 3명 등 모두 6명이 탑승했다. 

브랜슨은 탑승에 앞서 우주 비행사 일지에 '더블오 원, 스릴 면허(Astronaut Double-oh one. License to thrill)'라고 서명, 영국 첩보영화 캐릭터 '007'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켰다.

AP 통신은 '이브'가 동체 아래에 '유니티'를 매달고 8.5마일(13.6㎞) 상공에 도달하자 '유니티'는 '이브'에서 분리돼 음속 3배인 마하3의 속도로 우주의 가장자리를 향해 날아올랐다고 보도했다.

브랜슨은 고도 55마일(88.5㎞)까지 도달해 약 4분간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 중력' 상태를 체험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브랜슨은 이날 억만장자들이 벌이는 '스타워즈'에서 우주행 비행기에 처음 탑승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의 우주 비행보다 9일 빠른 기록이다. 블루 오리진을 세운 베이조스는 오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2주년 기념일에 맞춰 남동생 마크와 82세 여성 월리 펑크 등과 함께 직접 우주 관광 체험에 나선다.

브랜슨의 이번 우주 비행은 우주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일종의 판촉 전략이다. 버진 갤럭틱은 내년부터 상업 서비스 비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약 25만달러(2억8000만원)에 600여장의 우주 관광 티켓을 예약 판매했다. 예약자 명단에는 톰 행크스,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등 유명인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진 갤럭틱은 올해 두 차례 더 우주 비행에 나선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서비스를 시작해 가격을 4만달러(약 4600만원)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AP 통신은 "스릴을 추구하는 억만장자 브랜슨이 가장 과감한 모험에 나섰고 우주로 돌진했다"며 "동료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를 물리치고 우주 관광 첫 비행을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도 오는 9월 일반인 4명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비행에 도전한다. 머스크는 우주선에 탑승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은 없지만 민간 우주 관광 비행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9일 뒤 우주 비행에 나설 제프 베이조스는 인스타그램에 '비행을 축하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자신도 '우주 관광 클럽'에 빨리 가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뉴멕시코주 발사장에서 브랜슨의 우주 비행을 직접 지켜봤다. 머스크는 브랜슨의 출발에 앞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고, 브랜슨은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베이조스와 머스크는 브랜슨의 우주 비행을 축하하면서도 향후 펼쳐질 '스타워즈'를 의식한 견제구를 날렸다.

베이조스는 최근 자신이 세운 블루 오리진의 우주 로켓이 브랜슨의 우주 비행기보다 더 높이 비행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우주 관광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은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을 넘어야 우주로 정의하는데 베이조스는 브랜슨의 우주 관광은 이 기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버진 갤럭틱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국(FAA)이 고도 80㎞ 이상을 우주의 기준으로 본다는 점을 들어 이번 비행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인들의 우주 궤도비행과 화성 이주까지 추진 중인 머스크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우주에 도달하는 것과 (더 먼) 궤도까지 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블루 오리진과 버진 갤럭틱의 우주 관광을 한 수 아래로 평가하는 등 억만장자들의 우주 비행에 대한 경쟁은 갈스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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