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CGV]
[사진=CJ CGV]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 전문기자】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를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봤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출입이 불편해 지면서 웬만한 영화는 집에서 주로 봤다.

그러나 모가디슈는 꼭 극장에 가서 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나온 대작이기도 하지만 와이드 화면으로 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영화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출 기미가 없는 가운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화판은 물론 공연계 전체가 혹한기를 넘어 빙하기를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 모가디슈가 벌써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모가디슈’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뭔가 근사한 로맨스 영화를 떠올렸다.

그러나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가 모가디슈라는 걸 아는 순간 그런 생각이 자취를 감춘다.

이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과 북의 대사관 직원들이 합심하여 총알이 빗발치는 모가디슈를 빠져나온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소말리아의 모가디슈는 UN 회원국에 가입하기 위해 지지가 필요했던 한국과 오랫동안 소말리아와 외교관계를 유지해오던 북한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던 현장이었다.

류승완 감독의 치밀하고도 끈끈한 연출솜씨와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등의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모가디슈와 비슷한 느낌의 도시 모로코에서 촬영했지만 관객들은 숨 막히는 내전의 현장으로 초대되어 두 시간 동안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류승완은 자칫 감상에 빠질 만한 실화 소재를 가지고 억지스런 감동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 중간에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하여 도심총격 장면이 등장하지만 남과 북의 긴장과 협력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모가디슈를 보면서 한국영화가 꽤 오랫동안 남과 북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한 편으로 남과 북이 치열하게 대결하는 영화보다는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화합하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쉽게 떠오르는 영화 중에서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가 있다.

남과 북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 국군과 조선인민군이 형과 동생이라고 부르면서 어울리는 이야기로 2000년 1백만 관객을 동원했다.

극중 인민군 중사역을 맡은 송강호의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라는 명대사도 기억나는 영화다.

이수혁 병장 역의 이병헌도 존재감을 드러냈던 영화였다. 모가디슈에서도 한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김윤석)와 북한의 림용수 대사(허준호)는 갑작스레 터진 내전 상황 속에서 '함께 살아남는 길'을 모색한다.

[사진=네이버 영화]
[사진=네이버 영화]

또 한 편의 영화는 2005년 664만명의 관객을 모은 ‘웰컴 투 동막골’이다.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동막골에서 펼쳐진 남북한 군인들의 대립과 화해를 그린 영화였다.

이데올로기로 대립하는 전쟁을 부각시키지 않고 휴머니즘을 내세워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이보다 앞서서 만들어졌던 ‘쉬리’(1999년)와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도 첩보물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하면서도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스토리로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 영화였다.

당연히 흥행도 뒤따랐다.

영화 ‘코리아’는 남북의 분단상황이나 정치적 대립을 다룬 영화들과 달리 1991년 남북단일팀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젼했던 탁구대표팀의 실화를 다뤘다.

최고의 탁구 스타 현정화(하지원)를 주인공으로 북한의 리분희(배두나)와 벌이는 신경전, 결국엔 뜨거운 우정으로 뭉치는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이런 작품들과 달리 반공영화를 계승하는 영화도 정권의 향배와 맥을 같이 하면서 등장하기도 했다.

2016년 705만 관객이 본 ‘인천상륙작전’이 그런 영화였다.

이와 더불어 한국전쟁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인 ‘포화 속으로’, ‘고지전’, ‘국제시장’ 등도 있었다.

또 비교적 근래에 남북이 일촉즉발의 위기를 불러왔던 대결을 소재로한 ‘연평해전’도 나름 흥행에 성공했다.

일부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영화들은 상영 당시 정권의 지원 아래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남북의 화해무드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호평을 받았다.

남북의 냉전이 계속되고 있는 냉혹한 현실을 영화로나마 달래보려는 관객들의 바람이 흥행으로 이어지는 현실은 사뭇 슬프기까지 하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극장으로 관객이 모이고 있는 현실처럼 남북관계도 눈 녹듯 풀려갔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 건 지나친 낭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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