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등 주요국서 신차·중고차 값 상승
한국은 중고차 중심으로 '카플레이션' 본격화
한자연 "국내서 소비자 부담 경감 논의 재점화할 듯"

포드는 지난달 미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제휴에 합의했다. 사진은 포드의 디어본 트럭공장. [사진=포드]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세계 자동차 시장이 반도체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자동차 가격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조 원가 상승 등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쌓이면서 자동차 값이 계속 오른다는 것.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 부담 경감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가격 상승 현상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0년 하반기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자동차 값이 급등하는 추세"라며 "2022년에도 신차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지난 9월 4만5000달러(약 5300만원)에 달하며 직전 1년간 12%가량 증가했다.

중고차 매물 평균가도 지난 11월 2만9000달러(약 3400만원)로 직전 1년간 29%가량 상승했다.

다른 주요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유럽의 올 10월 중고차 평균 가격은 연초보다 최대 28.3% 상승했고, 같은 기간 일본의 중고차 경매 가격은 1년 전보다 약 11%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찰제 판매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국산차는 예년보다 가격 급등세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수입차의 명목 판매 값은 상승했고 판매사의 프로모션도 줄어드는 추세다.

중고차는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 중이다. 특히 출고된 지 얼마 안 된 중고차는 신차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처럼 세계 각지에서 자동차 값이 오르는 배경에 반도체 공급난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코로나19로 반도체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주문량이 예측 불가능하게 상승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20년 하반기 1차 공급난에 이어 올해 중순 2차 공급난의 여파로 수급 불균형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라며 "완성차 기업은 적기 생산과 판매가 불가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자동차 주요 소재 국제가격 추이 [표=한국자동차연구원]

여기에 원가 상승도 자동차 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자동차의 공통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국제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라며 "주요국의 물류비용과 인건비 상승 추세가 더해지면서 자동차 제조원가가 급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트럭 화물 운송비용이 지난 10월 전년보다 36.2% 상승하기도 했다.

한편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종합해 볼 때 국내에서 소비자 부담 경감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차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등 세제 개편과 관련된 정책이 주요 이슈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동등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전기차 보조금 재검토 또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가격 상승에 대한 압력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라며 "내년에도 국내외에서 신차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전기차는 가격 저감이 더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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