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科技누설(10)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오미크론 변종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몇 주 내에 그 기대가 곧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우려가 되는 것은 일반 대중들의 기대가 아니라 의학자들로부터 나온 것이라 더욱 그렇다.

의학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대중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시기에 “크리스마스 선물”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지금이 코로나19로 인한 대유행의 시기임을 감안한다면 보다 신중한 처신이 요구된다.

“마스크는 도움이 안된다”는 마스크 무용론을 상기해야

우리는 불과 1년 반 전에 미국 고위 코로나19 방역 책임자들이 제기한 “마스크 무용론”을 기억한다. 그들은 코로나19의 크기는 지름 0.1~0.2㎛(마이크로미터)인데 반해 표준의 KF94 마스크는 0.4㎛ 이상의 입자만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다시 말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마스크를 그대로 통과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공기 중 감염 확률은 극도로 희박하고, 주로 비말(침 방울) 형태로 전염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3월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 룸에서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대책반 위원들이 한 말이다. 그리고 이 의학자들의 주장을 믿고 많은 언론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러한 주장을 주워담아 원위치 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마스크는 코로나19 예방에 어쩌면 백신 접종보다 중요한 도구다. 사실 미국이 가장 많은 감염자를 생산하는 코로나19 대국이라는 수치스러운 오명 뒤에는 이러한 섣부른 의학자들의 주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 더 많은 우려와 공포에도 불구하고 최근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오미크론 변종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신화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우선 이 변종이 감기 바이러스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흔한 감기 바이러스의 변종과 비슷하기 때문에 전파력은 강하지만 증상은 약할 것이라는 전제가 가능하다.

일반적인 감기를 일으키는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에 의해 변이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쉽게 말하자면 오미크론 변종의 조상이 감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감기 정로 치부해버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오미크론 변종 감기 수준이라는 연구 계속 이어져

이러한 주장의 기원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데이터 분석업체인 엔퍼런스(Nference)의 벤키 선다라잔(Venky Soundararajan) 박사가 주도한 논문이다.

지난 5일 외신들은 이 논문 발표를 인용해 “이러한 유전자 배열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이전 버전의 코로나바이러스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많은 다른 바이러스들과 인간 게놈에서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오미크론 변종이 “크리스마스 선물”일 수 있다는 빌미를 제공한 첫 과학적 연구다. 이 연구는 오미크론 변종 바이러스가 경미하거나 무증상의 질병만 일으키면서 더 쉽게 전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장에 무게를 실리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연구와 추적 기간이 불과 몇 주에 불과하지만 오미크론 변종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는 없다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과학자들은 현재 오미크론 변종이 다른 변종보다 더 전염성이 있는지, 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지, 아니면 델타 수준 정도의 가장 흔한 변종이 될 것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데는 수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변종이 처음으로 발견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황도 우리에게는 다소 안도감을 준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률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미생물의 생명현상은 복잡 미묘, 경계심 계속 가져야

면역 체계가 약해진 상태에서 감기 바이러스나 다른 병원체에 감염된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변종 감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그만큼 독성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면역력을 파괴시키는 HIV라는 기저질환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이 새로운 변종의 파괴력은 우려할 수준의 것이 아니다.

또한 “전파력이 높으면 심각한 증상은 사라진다”는 통설도 자리잡고 있다. 바이러스는 통상적으로 감염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면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특성은 사라진다는 것은 감염학계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일반적 이론이다.

다른 주장도 있다. “영원히 진화하는 미생물체는 없다”는 지적이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주장이다. 전염병 역사상 이렇게 오랫동안 그 힘을 과시한 역병은 없다. 이제 그 기력이 다했으니 물러날 때라는 기대다.

자연의 생명현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미묘하다. 더구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의 세계는 많은 변이 과정을 거치면서 변하고 또 변한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알 수 없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에게 있다”. 오미크론 변종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철저한 준비를 할 때 밝고 풍요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신화와 억측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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