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독립 승인한 도네츠크·루간스크공화국에 평화유지군 파견 명령
서방국 즉각 조치 나서...美, 무역·금융 제재 등 포함한 행동 명령 발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러시아가 '평화 유지'라는 명분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 병력을 진입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결정으로 우크라 위기가 고조되면서 서방 국가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은 제재를 위한 행동 명령을 발동하는 한편 추가 조처도 발표할 계획이다.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이 내세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한 뒤 이곳에 평화유지군 파견을 지시했다.

독립이 승인된 곳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이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당시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자체적으로 공화국을 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DPR·LPR 지도자들과 러시아 및 공화국들 간 우호와 협력에 관한 조약에도 서명했다.

평화유지군이 해당 지역에 언제, 그리고 어떻게 진입할 것인지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CNN은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에 이날 밤 혹은 다음 날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의 이러한 행보는 평화 유지라는 명분으로 포장되었지만, 사실상 우크라 침공을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군에 공개적으로 군대를 파견할 길을 연 것뿐만 아니라, 이미 전운이 고조돼 있는 우크라에 무력 충돌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키웠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에서 한 정부군 병사가 친러시아 반군이 쏜 박격포의 흔적 앞에 서 있는 모습.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정부군과 친러 반군은 최근 우크라 동부에서 교전을 벌였다. [루간스크 AP/연합뉴스]

서방은 즉각 러시아에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반발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움직임을 예상했고, 즉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제재를 위한 행동 명령을 곧바로 발동시켰다.

여기에는 두 공화국에 미국인의 신규 투자와 무역, 금융을 금지하고 이 지역의 인사들을 제재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22일 추가 제재 조치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공동 성명을 통해 "이 불법적 행위에 관여한 이들에 제재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푸틴 정권에 대한 신속한 제재를 조율하고 우크라를 지지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의 이러한 행보에 오는 24일 미·러 외교장관 회담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크렘린궁은 미·러 정상의 만남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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