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이후 비트코인 18% 이상 급등
"러시아, 제재 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 매수"
우크라이나도 매수...은행 시스템 마비에 대비

러시아 루블화와 비트코인.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루블화와 비트코인.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통 금융시장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은 상승세를 탔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인과 은행 시스템이 마비될 것을 우려한 우크라이나인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안전한 피난처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 2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97% 오른 4만3975달러(약 529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국 등이 경제 제재 방안으로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데에 이어 가상자산 거래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3만7000달러(약 445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이를 고려하면 불과 3일 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18% 이상 급등한 것이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역시 같은 기간 12% 넘게 상승했다.

이처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스위프트 퇴출 결정 이후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미 경제 전문매체 CNBC는 이날 "러시아가 중앙은행처럼 단일 기관이 소유하거나 발행하지 않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며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미국이 지난주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한 이후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사 모비우스 캐피탈의 마크 모비우스 창립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지금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TRM랩스의 아리 레드보드도 앞서 지난달 20일 CNBC에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가상자산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예컨대 국제 제재를 받고 루블화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러시아인들이 루블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등 가상자산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전 루블화 기반의 거래량은 하루 평균 1100만달러(약 132억5000만원)였지만, 침공 이후 3580만달러(약 431억2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 전문매체 더블록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금융시장에서 축출되자 러시아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점점 더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는 금융 규제로부터 일종의 오아시스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인들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인들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파리의 가상자산 데이터제공 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러시아 루블화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흐리우냐화를 기반으로 한 거래량은 수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통 은행 시스템이 마비될지도 모른다는 우크라이나인들도 비트코인 대거 매수하면서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CNBC는 카이코의 자료를 인용해 "루블화와 흐리우냐화 기반의 가상자산 거래량이 달러화 등 다른 화폐 기반의 거래량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며 "이는 러시아 침공의 위기가 투자자들의 거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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