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1조분의 1 수준의 빛 에너지로 '플로켓 상태' 장시간 구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왼쪽)·조길영 교수 연구팀이 빛으로 고체 물질의 양자 성질을 제어하고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삼성의 연구 지원 공익사업으로, 지금까지 총 706건의 연구과제에 9237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됐다. [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스텍 물리학과 연구팀이 빛으로 고체 물질의 양자 성질을 다양하게 제어·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22일 삼성전자는 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조길영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하 이길호 교수 연구팀)의 관련 논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이길호 연구팀은 고체의 '플로켓 상태'를 장시간 구현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플로켓 상태란 전자와 빛이 양자역학적으로 결합한 상태를 의미한다.

고체 물질의 성질은 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 '금속', 그렇지 않으면 '부도체', 금속과 부도체의 중간 정도로 전자가 움직이면 '반도체'로 구분된다.

지금까지 물질 내의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을 변경해 고체의 성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한 열과 압력을 가하거나, 인위적으로 불순물을 첨가해야 했다.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기존 방식 외 다른 방법으로 고체 물질의 성질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이 가운데 아주 작은 크기의 고체 물질의 경우, 빛을 쬐어주면 양자 성질이 바뀐 플로켓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은 1900년대 중반부터 화두였다.

플로켓 상태가 처음으로 관찰된 시점은 2013년경, 이후에도 몇 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하지만 그동안 구현된 플로켓 상태는 250펨토초(1펨토초=1000조분의 1초) 수준의 지극히 짧은 순간만 지속됐다. 양자 고체 물질에 가해지는 에너지가 커 강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은 플로켓 상태를 장시간 구현하는 데 한 획을 그었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기존의 적외선 대신 마이크로파를 쬐어 플로켓 상태를 장시간 구현했다.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는 두 개의 초전도체(낮은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현상이 나타난 도체) 사이를 그래핀(탄소 원자들이 2차원 평면 구조를 이루는 고분자 탄소 동소체)으로 접합시킨 것을 뜻한다.

또한 빛의 세기는 기존보다 1조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약해 열 발생이 줄었고, 플로켓 상태는 25시간 이상 지속됐다.

연구팀은 최적화된 '초전도 터널링' 분석법을 통해, 가해지는 빛의 세기·파장에 따라 달라지는 플로켓 상태의 특징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길호·조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로켓 상태가 지속 유지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플로켓 연구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경우, 향후에는 빛을 쪼임으로써 '위상 물질'(기존 반도체 기반 정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양자 물질)을 발현시킬 수 있는 등 신소재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길호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5년째 지원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편광 등 빛의 특성과 플로켓 상태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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