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소재 가격 급등에 제조 원가 상승세
자동차연구원 "정부, 세제 재검토하고 비용 절감 대책 찾아야"

지난 7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출고센터에서 신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부품 공급난이 증폭된 가운데 '카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완성차 업계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고부가 차량 생산에 집중하면서 저렴한 자동차 모델의 비중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산업 동향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카플레이션 현상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장기화되고 있다"라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소재 가격 급등에 따라 제조 원가가 상승하면서 각국의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러시아산 네온과 팔라듐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우크라이나산 와이어링 하네스 등 부품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자동차 가격도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세계 완성차 기업들은 잇따라 자동차 가격을 인상하는 결단을 내렸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 차종의 가격을 최소 100만원씩 올렸다. 중국에서는 현지 생산하는 모델Y와 모델3의 가격을 5%씩 인상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근 원자재와 물류에서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다"라며 제조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한자연은 부품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러시아 육상 운송 제한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등도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지극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완성차 기업이 수익성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고부가 차량에 생산을 집중하면서 저렴한 자동차는 더욱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이 대당 이익률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 프리미엄 차종의 비중을 확대하는 반면, 수익성이 낮은 소형 세단과 해치백의 생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스프링필드 지역에 설치된 테슬라 전기차 충전기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한편 한자연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각국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다며, 신차 구매를 포기·연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국내 시장의 경우, 자동차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자연은 "정부는 자동차 구매 여력 변화에 대응해 차 세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라며 "생산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중복 과세 여지가 있는 세목을 정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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