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빗썸코리아, 대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에 '시끌'
자산에 고객예수금 포함 여부 쟁점...금융·보험과 다른 기준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의 가상자산 시세 전광판.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의 가상자산 시세 전광판. [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등의 대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을 놓고 업계가 소란스럽다.

주관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각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빗썸코리아 측에 관련 재무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지난해 코인열풍에 힘입어 급격히 성장했다.

시장 선두주자인 두나무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7046억원, 3조27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배, 36배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와 비교하면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4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우리금융지주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명실상부한 국내 대기업 반열에 오른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스타트업과 같은 가상자산 기업들이 규제에 직면해 성장이 억제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기준이 되는 자산총액에 거래소의 고객 예수금을 포함할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각 거래소 제공]
[각 거래소 제공]

12일 공정거래위원회 및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인 두나무와 빗썸코리아가 대기업진단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두나무와 빗썸코리아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이 5조~10조 원인 기업을 준대기업 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원이 넘는 기업을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발표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준대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규모 내부거래와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기업집단 현황 등을 공시하고 주식 소유 현황을 신고해야하는 의무가 생긴다.

또한, 기업 총수에 대해서는 본인과 친인척의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다.

대기업집단은 준대기업집단이 받는 규제에 더해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 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이 추가로 적용된다.

준·대기업집단의 기준이 자산총액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해당 기업이 명실상부한 국내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으로 인정한 만큼 공정위와 규제당국의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준·대기업집단 지정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면 관련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월 하루 동안의 거래량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계산한 결과, 업비트와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양대 거래소이다.

경제 집중력을 억제하기 위해 양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자칫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가상자산 산업 진흥을 강조해온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도 결이 다른 부분이다.

여기에 공정위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산총액에 거래소 고객의 예수금이 포함하는 것에 대해 아직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은 점도 업계 혼란을 키우고 있다.

현재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금융업과 보험업으로 규정된 업계에 대해서만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은행의 경우, 고객이 맡겨둔 예수금을 전체 자산에서 빼고 계산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가상자산 거래소는 현행법상 금융·보험업이 아니다.

전통 금융회사들과 다르게 고객자산을 전체 자산에 포함하는 셈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고객들이 각 거래소에 맡겨둔 원화 예수금뿐만 아니라 가상자산까지도 기업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업비트와 빗썸의 전체 고객 예수금(원화+가상자산)은 각각 42조9674억원, 11조6275억원으로 집계됐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지난해 말 올랐던 점으로 고려하면 전체 고객 예수금은 강 의원이 공개한 시점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각 기업으로부터 아직 관련 자료를 제출받지 않았다"며 "대기업집단 지정은 감사보고서를 비롯해 각 사가 제출한 자료 등을 토대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도 기업 자산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코인,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최근 두나무의 고객 예수님이 40조원이 넘는다는 국내 언론 보도를 접했지만 그정도로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공정위에서는 각사의 제출 자료 등을 기반으로 대기업집단 여부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 회장 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유튜브 갈무리]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 회장 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유튜브 갈무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을 두고 학계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 회장 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원칙적으로 대기업집단 기준에 맞으면 지정을 하는 게 맞지만 그 기준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먼저 지적한 점은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다.

가상자산의 가격이 수시로 변동하는 점을 감안할 때 고객이 맡겨둔 가상자산까지 기업의 자산으로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김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현재 금융기관은 아니지만, 앞으로 업권법 등을 통해 금융기관과 같은 지위를 얻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규제 당국에 책임있는 검토 및 조치를 촉구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디지털자산의 책임있는 개발을 보장하는 행정명령'처럼 우리 당국도 소비자와 투자자 그리고 기업인까지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가상자산 시장은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쟁을 앞두고 있는 미래 산업"이라면서 "그런데 국내 상황은 외국과 비교해 특금법, 트래블 룰 등 규제 족쇄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 가상자산 기업들이 특금법을 통해 정부의 승인을 받은지, 신고수리가 된지 겨우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집단까지 지정돼 옴짝달짝 못하는 처지가 된다면 윤석열 차기 정부가 그리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구축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와 같은 논란은 디지털경제 3대국(G3)에 들어가자고 이야기하는 상황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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