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반정부시위가 격화된 양상이지만 총리가 당당할 수 있는 이유

 
[트루스토리] 터키의 경제중심지 이스탄불 ‘게지’공원 재개발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 60여개 도시의 반정부시위로 번지면서 현지시간 6월8일, 전국 67개 도시에서 5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24만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터키 공공노조연맹(KESK)이 이틀간 파업에 돌입했으며 대학들은 동맹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날까지 경찰 1명 포함 최소 4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5000여명, 연행자는 1700명을 넘어서게 됩니다. 또한 연일 시위 진압에 동원된 경찰이 자살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터키에서 이같은 규모의 시위는 십 수년래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정의개발당의 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집권 10년 만에 최대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위가 시작된 ‘게지’공원은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과 인접한 곳으로 도심에 조성된 마지막 녹지입니다. 터키어로 ‘분배’, ‘나눔’을 뜻하는 탁심광장은 오스만제국 당시 이스탄불 북부 수원이 모이는 곳이었으며, 1924년 독립항쟁을 이끈 국부 케말 아타투르크(정치와 종교를 분리해 세속적 헌법을 중심으로 터키 공화국을 수립)를 비롯한 국가수립 주요 인사들을 묘사한 공화국 기념상이 있습니다.

인접한 게지 공원은 과거 이슬람 제국이었던 오스만제국 때 포병연대 막사 건물을 1940년대 철거하고 조성한 곳입니다. 정부는 공원을 밀고 오스만 제국시대의 건물과 이슬람 사원, 쇼핑몰을 건설할 예정이었습니다. 쇼핑몰을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자 환경운동가와 시민단체들이 지난달 말부터 평화적인 공원 점거시위를 벌였는데 터키 경찰 지난 5월28일 불도저를 이용해 시위대 진압을 시도했고 30일 새벽에 물대포, 최루가스를 이용해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진압해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게 됩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 대표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시위대를 가리켜 “약탈자”라고 비난하며 시위 해산 과정에서 진압이 조금 과하긴 했지만 재개발 계획에는 변함없다 밝혔습니다. 하지만 총리의 과격한 언사를 통해 쇼핑몰 반대 시위는 정부불만을 포함한 총리 퇴진 운동으로 번져 시민들은 “우리도 탁심이다”를 외치며 탁심광장으로 몰려나오게 되었습니다. 시위는 수도 앙카라를 비롯한 터키 각 도시로 번져갔습니다. 에르도안 총리가 집권한 이후 터키는 1인당 소득이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연평균 성장률 7%를 유지하면서 G20 정상회담에 초대국이 됩니다.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해외 자본 투자로 매년 7~8%의 고성장을 거두었으나 제조업 투자가 2008년 경제위기를 거치며 하락하자 터키 정부는 토건, 부동산, 공공재 매각과 민영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합니다. 이스탄불 시는 ‘도시재생’ ‘주거개량’이란 이름으로 재개발 사업이 계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스탄불 시내의 쇼핑몰이 90개가 넘지만 11개가 수요가 적어 문을 닫는 상황에 게지공원 쇼핑몰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난개발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에르도안 총리의 경기 부양책으로 실업률은 줄었으나 양극화는 더 심화되어 칠레, 멕시코와 함께 양극화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직접세 보다 간접세 비중이 높은 터키의 조세 구조 또한 양극화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이루었기에,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도 에르도안 총리의 지지층은 아직 견고합니다. 지난 12일 에르도안 총리가 게지 공원 보존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한 것도 자신의 지지기반의 확고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에르도안 총리는 “반정부 시위 대표 탁심연대와 만나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재개발 사업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법원이 공원 개발 사업이 적법하다고 판결하더라도 주민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우세하면 개발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발언 속내는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보수세력과 종교집단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에르도안 총리가 터키 경제를 이끈 인물로 평가되며 3선에 승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치 이명박 정권의 지난 5년을 보는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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