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46개 지갑서 내부거래 포착"
시장 규제 미비한 탓에 거래소별 내부자 거래 금지 규정 미준수
국내 특금법 시행령서 내부자 거래 금지...위반 시 영업정지 및 과태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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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해외 가상자산 시장에서 특정 가상자산이 거래소에 언제 상장될지 등 정보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내부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자 거래에 대한 법적 규제가 대체로 갖춰져 있지않다 보니 각 거래소가 마련한 자체 규정도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어거스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가상자산 시장 거래 동향을 분석한 결과 46개의 가상자산 지갑에서 내부 거래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상자산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고, 상장 후에 가격이 오르면 판매해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수익은 총 170만달러(약 21억5500억원)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휠씬 많을 것이라고 WSJ은 추정했다.

WSJ는 대표적인 사례로 가상자산 '그노시스'를 들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 가상자산 지갑 소유주는 6일간 36만달러(약 4억5600억원) 상당의 그노시스를 매수했다.

매수를 시작한지 7일째 되는 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그노시스 상장계획을 발표했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노시스 가격은 300달러에서 410달러로 뛰었다.

이 소유주는 그노시스를 곧장 매도해 수익률 40%, 14만달러(약 1억77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 인물은 그노시스 이외 다른 3개의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차익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FTX, 코인베이스 등은 이러한 내부 거래를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WSJ에 따르면 바이낸스와 FTX 측은 이번 어거스의 내부거래 분석 사례에 대해 자사의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코인베이스 측은 내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연루된 직원이 있는지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내부거래 정황을 분석한 어거스의 오엔 라파포트 대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내부 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명확한 규제 지침이 없고 내부자 거래에 대한 규범이 없는 상황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부 거래에 대한 윤리 강령이 실제로 지켜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WSJ은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해 "기존 형법 조항 등을 활용해 내부 정보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이들을 처벌할 수는 있지만, 업계에서 내부자 거래에 대한 판결 선례가 없기 때문에 당국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 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러한 내부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바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에 의해서다.

특금법 시행령 제10조 20항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 본인 및 특수관계인 또는 가상자산사업자 임직원 등은 해당 가상자산사업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의 거래가 제한된다.

가상자산사업자란 말 그대로 가상자산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말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비롯해 지갑업체, 보관 및 관리 업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이같은 내부 거래 금지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처분 또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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