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대상 증오범죄 824건...모욕·따돌림부터 물리적 폭행까지

12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코리아타운 상가 미용실에서 주인과 종업원, 손님 등 한인 여성 세 명이 흑인 남성이 쏜 총에 맞아 다쳤다. 수사 당국은 범인이 아시아계에 대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사건이 일어난 미용실 내부에 거울이 깨져있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노년층이 물리적 위협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비영리단체 '아시안 증오범죄 중단'(Stop AAPI Hate)과 미국은퇴자연합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이 단체에 보고된 아시아인 증오범죄는 총 1만905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824건은 노인(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였다.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번지며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날카로워진 것으로 해석된다.

단체는 아시아계 노년층이 증오범죄의 표적이 됐다며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에도 취약 계층이었는데, 이후에도 한층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증오범죄에 노출된 아시아계 노인의 절반 이상(57.6%)은 언어적 모욕과 따돌림을 경험했다. 물리적 폭행을 당한 사례는 26.2%, 무시를 당한 경우는 21.1%에 달했다.

피해를 당한 노인의 65.5%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벨몬트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김희연(가명)씨는 "지난해 60대 시부모님을 모시고 현지 마트에 장으로 보러 갈 때면 종종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시부모님은 이 지역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계신데도 아직도 그런 말들이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단체는 아시아계 노인들이 언어 및 문화적 장벽을 겪고 있어, 이들이 느끼는 문제와 고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동체가 이들을 돕는 게 가장 적절하지만 각급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미국에서 아시아계 노년층이 가장 많이 느낀 증오범죄 종류는 인종 차별적 괴롭힘(harassment)이었다. [표=아시안 증오범죄 중단]

한편 미국은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아시아계·하와이 원주민·태평양제도 주민(AANPI) 유산의 달을 맞아 오는 31일 백악관에서 방탄소년단(BTS)을 만나 '반아시안 증오범죄'를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대중음악 그룹을 초청해 사회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포용과 다양성을 주제로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BTS를 통해 증오범죄에 대한 새 메시지를 시사할 것으로 보인다.

BTS는 백악관에서 열리는 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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